'메가 캐리어' 이끄는 조원태, 경쟁력 확보 위한 잰걸음
대한항공, 상반기 수익성 유지…미래 신사업 경쟁력·본업 수익성 확보 집중 프리미엄 이코노미 신설·좌석 변경 전략 재검토…조원태 회장 리더십 '주목'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후 '메가 캐리어'로서 안정적인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익성 확보와 미래 사업 추진에 분주해지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 속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리더십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별도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 7조9418억원, 영업이익 749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7% 줄었다. 여객 수요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 심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 여파로 인한 화물 운임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단, 경영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9%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등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조원태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이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올해 상반기 매출 2947억원, 영업이익 49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가 누적돼 왔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흑자를 낸 것이다.
올해 본격적으로 미국 방산 기업인 안두릴과 기술협력 업무협약(MOU)를 맺고 한국형 무인기 모델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한편 LIG 넥스원과 함께 방위사업청으로부터 8302억원 규모의 UH/HH-60(블랙호크) 헬기 성능 개량 사업을 따내는 등 미래 사업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여기에 본업인 여객사업에서도 수익성 확보 방안을 모색 중이다. 수익성 확보 기반을 위해 최근 미국 보잉과 103대의 항공기 구매 계약을, GE에어로스페이스와 엔진 및 정비서비스 구매 계약을 각각 체결한 상태다.
물론 항공기 및 엔진 구매에 큰 비용이 들어가지만 '메가 캐리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을 위해 노후 항공기 교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243대의 항공기를 운영 중이다.
이밖에도 캐나다 2위 항공사 웨스트젯의 지분 10% 인수를 발표하고 미국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강화해 나가는 등 해외 항공사에 투자하면서 북미, 중남미 노선 확대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앞서 조원태 회장은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미주·유럽 노선에서 승객수가 감소하는 추세를 확인했다"면서도 "항공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며 비행의 즐거움을 되찾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국내 항공 시장에서 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와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라며 "이외에도 MRO(항공기 정비·수리·개조), 무인기 등 신사업 확장이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요인들은 중장기적으로 대한항공의 밸류에이션 확장(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할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객 수요 불황 등 악화된 경영환경을 타파하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조원태 회장의 가장 큰 과업이 되고 있다.
먼저 대한항공은 새로운 수익 모델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신설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추진한다. 오는 17일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마련하고 기존 이코노미석을 3-4-3 배열로 변경한 B777-300ER 항공기 1대를 투입할 예정이다.
다만 본래는 항공기 11대를 개조하려는 방침이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지와 소비자단체 등의 반발로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무리한 추진 대신 관련 문제를 파악하고 보완할 방안을 찾아 단계적으로 좌석을 변경하면서 여객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고 수익성까지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17일부터 투입되는 항공기를 통해 대한항공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만족도와 변경된 좌석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를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7일부터 개조를 마친 B777-300ER 항공기가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해당 항공기 탑승객만을 위한 별도의 창구를 마련하는 것은 아니나 기존에 운영하던 것처럼 탑승객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부 시행착오도 겪는 가운데 조원태 회장의 미래 신사업 확대와 본업 강화 등 전략들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업계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면서 노선 효율화, 국제선 점유율 50% 유지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는 항공사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신설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기단 교체를 통해 비용 효율성 제고도 노리고 있다"며 "이는 장거리 노선에서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연료 효율성과 정비비 절감 효과를 통해 중장기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재혁 LS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실적 성장세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