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수출] ④ 미래에셋·NH·삼성증권: 브로커리지에서 IB까지
해외 주식중개 넘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 인도·동남아·미국 무대서 경쟁력 키워
한국 금융권의 해외 진출은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제조업이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렸듯, 금융도 점차 수출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현지화 전략과 정교한 정책 지원 없이는 단기간 성과에 그칠 위험도 크다. 궁극적으로 K-금융의 글로벌 안착 여부는 ‘얼마나 깊게 현지화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K-금융 수출」시리즈를 통해 국내 금융업계의 현실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국내 증권사들이 단순 주식중개를 넘어 글로벌 투자은행(IB) 영역으로 본격 진출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인도 ‘쉐어칸’ 인수를 통해 리테일과 IB를 동시에 공략 중이고, NH투자증권은 기후기술 펀드 중심의 신흥국–선진국 매트릭스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증권은 미국 국채 프라이머리 딜러 ‘칸토’와의 제휴를 기반으로 자본시장 네트워크 확장에 나서며, 각기 다른 글로벌 전략을 실적과 연결하려는 경쟁에 돌입했다.
◇ 미래에셋증권, 인도에서 리테일과 IB를 한 번에 잡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5개 증권사의 해외 현지법인 순이익은 40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5.5% 급증했다. 해외 점포 수는 80개로 늘었다.
증권업계가 과거에는 현지 주식시장에 진출해 리테일 고객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기업공개(IPO), 채권발행, 구조화 금융 등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확장 전략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수익 다변화를 넘어, 현금흐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즉, 브로커리지로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을 기반으로 IB 영역에서 새로운 딜을 발굴하고, 이를 다시 수수료로 환원하는 구조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2025년 9월, 자산운용규모(AUM) 1000조원을 넘겼다. 불과 9개월 전인 2024년 12월 기준 906조6000억원에서 급성장한 셈이다. 그 중심에는 인도 시장 공략이 있다.
2024년 11월, 미래에셋은 인도 대형 브로커 ‘쉐어칸(Sharekhan)’을 인수하고 ‘미래에셋 쉐어칸’으로 재출범했다. 인수 금액은 약 5700억원으로 전해졌으며, 이를 통해 300만명 이상의 리테일 고객 접점을 확보했다.
이 플랫폼을 통해 단순 중개를 넘어 인도 내 IPO, 채권, 구조화 금융 등의 자본시장 사업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올해 1~2분기 회사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각각 1012억원, 965억원을 기록했으며, 예탁자산은 39조600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 NH·삼성, ‘브로커리지 그 이상’을 노린다
NH투자증권은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매트릭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7개국 7개 법인과 1개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자기자본은 약 1조2000억원, 현지 임직원은 349명에 이른다. 홍콩에서는 자산운용·IB, 뉴욕에서는 미국주식 중개 인프라, 동남아에서는 모바일 중개(MTS)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리테일을 확대하는 구조다.
특히 NH는 싱가포르 자회사 ‘NH ARP’를 통해 기후기술 펀드를 추진 중이다. 해당 상품은 유엔(UN) 산하 녹색기후기금(GCF)의 프로그램 승인을 받아 운용되며, 목표 규모는 약 2억 달러다.
단순 중개를 넘어 탄소·기후·신재생 인프라 영역에서의 프로젝트 금융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773억원, 2024년 기준 현지법인 순이익은 747억원으로 집계돼 있다.
삼성증권은 이번달, 미국 프라이머리 딜러 칸토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와 전략적 협약(MOU)을 맺었다. 칸토는 미국 재무부가 지정한 주요 국채 딜러 24곳 중 하나로, 글로벌 IPO·채권·에쿼티 딜에서 존재감이 큰 기관이다.
삼성증권은 이를 통해 브로커리지를 넘어 자본시장 네트워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미국·유럽에서의 딜(Deal) 소싱 및 상품 도입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
실적도 뒷받침된다. 2024년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은 2042억원으로 전년 대비 91.7% 늘었다. 같은 해 연결 영업이익은 1조2058억원, 순이익은 8990억원이었다. 해외주식 고객자산은 30조원을 돌파했다.
한편 국내 증권사들의 글로벌 확장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금융당국은 최근 순자기자본비율(NCR) 및 유동성 규제의 해외사업 적용 완화 방침을 내놨지만, 실제 세부 지침이나 경계조건이 명확하지 않아 해외법인의 자본 활용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딜 수임이나 현지 투자 확대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 리스크도 존재한다. 2024년 급증한 해외 실적에는 글로벌 트레이딩 성과가 큰 영향을 미쳤는데, 향후 시장 변동성이 둔화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실적 민감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브로커리지 부문의 거래 회전율, IB 부문의 딜 성사율 등이 외부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안정적 현금흐름 확보가 필요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점포가 늘고 실적이 늘었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며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다시 현지 IB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