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하에도 10월 금통위 향배 안갯속

9월 FOMC 금리인하와 강남·용산 토허구역 재지정 주택 거래 회복 조짐에 한은 신중 모드

2025-09-22     조성진 기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제공.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를 인하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시계도 복잡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실제 거래량 흐름과 정부의 추가 대책 여부, 미국 연준과의 정책 간격 등이 한은의 10월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 연준, 경기 둔화 조짐에 첫 ‘스몰컷’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연준은 FOMC를 열고 금리를 종전 대비 0.25%포인트(p) 내린 4.00~4.25%로 조정했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고용 측면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며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경계를 드러냈다. 점도표에는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반영됐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1.7% 상승에 그쳤고, 전월 대비로는 -0.1% 하락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부담은 덜고,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는 국면으로 해석된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다음 날인 9월 18일 한국시간 기준, 코스피는 장 초반과 종가 모두 강세를 나타냈고, 일부 시총 상위 반도체 종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원화는 장중 등락을 보이며 변동성을 키웠다.

이번 금리 인하로 인해 한·미 정책금리 차이는 0.25%p 줄어들었다. 시장에선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자본유출이나 외환시장의 방어 부담은 일부 완화됐다”고 평가한다.


◇ 서울시,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카드 꺼내 


한은은 올해 5월 29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인하한 뒤, 7월과 8월에는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동결 배경엔 서울 집값 반등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있었다.

17일 서울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적용 기간은 10월 1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로, 기존 지정 만료일(9월 30일) 이후를 잇는 연장 조치다.

지정 대상은 약 2200개 단지, 40만 가구 규모에 달한다. 주거지역 6㎡ 이상, 상업지역 15㎡ 이상 거래 시 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고, 거래 승인을 받아도 실거주 2년 의무가 부과된다. 허가 없이 거래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조치는 갭투자 차단과 매수 심리 억제를 겨냥한 것이다.

연합뉴스 제공.

2월엔 ‘잠실·삼성·대치·청담’ 일부 지역이 해제됐고, 3월에는 강남 3구와 용산 전체가 구 단위로 확대 지정되며 6개월 한시 지정이 이뤄졌다. 당시 해제 이후 일시적인 거래 증가와 가격 자극이 있었던 만큼, 서울시는 수요 억제와 안정 유지를 위한 ‘연장’ 카드를 선택한 셈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17일 정부가 발표한 강남3구·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 1년 3개월 재지정과 관련해 아파트 규모가 2200여개 단지 40만호로 규모가 방대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10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고, 서울은 아직 상급지 갈아타기 대기수요나 똘똘한 한 채 선호도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함 랩장은 “강남 집값이 시차를 두고 타지역 집값을 견인하는 상징성이나 편승 효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연초 잠실·삼성·대치·청담 토허구역 해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 증가나 가격 상승이 야기된 바 있기 때문에 자칫 해제해서 집값 불안 재불안의 불씨를 가지고 가는 것보다 연장이 바람직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서울 입주 물량 감소 이슈 등을 고려했을 때 종전 6개월 단위보다 기간을 좀 더 늘려 관련 시장의 가수요가 발생하는 걸 막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수요억제 규제 중 최상위 규제이고 거래를 직접 제한하는 것이므로 성동, 마포 등 한강 변이 아직 조정대상지역 등으로 묶이지 않는 상황에서 바로 토허구역으로 묶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6·27대책 이후 서울지역 부동산 거래 시장이 7~8월 소강상태를 보여 토허규제까지는 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가을 이사철 강남3구와 용산구의 가격 상승 흐름이 일부 유지된 상태에서 거래 소강상태는 연내 지속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 10월, 금통위는 어디로 향할까 


시장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단기 경제지표만이 아니라 정책 간격과 타이밍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며 “하반기 인하 여부는 인하 ‘속도’보다는 ‘순서’와 ‘맥락’이 좌우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은에서 ’가계대출 측면에서는 주택가격 상승률보다 거래량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다”며 “기준금리 경로를 전망할 때 단순히 가격뿐 아니라 거래 규모 자체가 주요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최 연구원은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000건 초반대로 예상되며, 이는 전월 대비 약 15% 증가한 수치”라며 “특히 9월 초 들어 거래가 비교적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한은은 금융안정 기조를 쉽게 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제공.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정책 측면의 공조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추석 이후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만약 정책 발표가 현실화될 경우, 한은은 조정 시기를 연내에서 내년 초로 늦출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통화정책 부담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부동산 리스크와 맞물려 금리 완화 기대가 과도하게 앞서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4분기 중 한 차례 인하 여건은 형성됐지만, 이를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기에는 여전히 부담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연준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며 “10월 금통위는 FOMC보다 한 달 먼저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10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게 되면, 이후 연준이 추가 인하에 나서더라도 11월 금통위에선 대응 타이밍을 놓치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