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전자랜드, 매출·점포↓…흔들리는 양판점 위상

실적 추락 속 매장 급감…양판점 입지 약화 ​​​​​​​온라인 공세·직영점 확대…전통 유통사 고전

2025-09-22     박수진 기자
각 사 제공

국내 가전 유통 양대 산맥인 하이마트와 전자랜드가 매장 축소와 실적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 속에서 가격 경쟁력과 배송 속도에서 밀리자 체험형 매장 확대, 자체 브랜드(PB) 상품 강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구조적 위기에 빠진 양대 가전 유통사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자랜드(에스와이에스리테일)의 매출은 2021년 8784억원에서 지난해 5220억원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2021년 -18억원에서 2022년 -109억원, 2023년 -228억원, 지난해 -172억원으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악화가 이어졌다. 

하이마트는 더욱 뚜렷한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8년 4조1126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2021년 3조8697억원, 2022년 3조3368억원, 2023년 2조6101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는 2조3567억원까지 떨어지며 불과 3년 만에 약 40%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2012년 롯데그룹 편입 당시 3조2211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2021년 1068억원을 기록했지만 2022년 -52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2023년에는 82억원 흑자에 그쳤다. 지난해는 17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이 1조123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144억원) 대비 소폭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573억 원으로 전년 동기(–133억 원)보다 확대되며 적자 폭이 크게 불어났다.

실적 하락은 곧바로 매장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전자랜드 매장 수는 2021~2022년 140개로 정점을 찍은 뒤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126개, 2020년 136개에서 꾸준히 늘던 점포는 2021년과 2022년 140개까지 확대됐지만, 2023년 들어 107개로 줄었고 지난해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롯데하이마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9년 466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구조조정을 거치며 점포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23년 말 336개였던 점포는 올해 1분기 314개로 줄었고, 불과 석 달 만인 6월 말에는 다시 310개로 감소했다. 약 2년 새 20여 개 가까운 점포가 사라진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분기마다 매장이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 여파로 오프라인 거점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온라인 공세·직영점 확대에 오프라인 입지 약화


이 같은 부진은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다. 특히 온라인 쇼핑의 폭발적인 성장이 매장 기반의 양판점을 위협하고 있다. 쿠팡·네이버쇼핑 등 이커머스 플랫폼은 가격 비교가 손쉽고 당일·익일 배송이 가능해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할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제조사 직영 매장의 확장도 변수다. 삼성·LG가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에 직영점을 늘리면서 프리미엄 가전 수요를 직접 흡수하고 있다. 반면 소형 생활가전은 온라인 판매가 강세를 보이며 양판점은 고가와 저가 모두에서 경쟁력을 잃은 채 ‘낀 시장’이 됐다. 과거 하이마트가 독주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백화점·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내부 구조적 한계도 뚜렷하다. 매장 운영에 필요한 임차료와 인건비는 그대로인데 매출은 줄어 수익성이 악화됐다. 온라인 대비 물류·배송 혁신도 더딘 데다, 상품 구성 역시 뚜렷한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한다. 결국 하이마트와 전자랜드가 체험형 매장이나 PB상품 강화로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시장 판도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은 2020년 35조4638억원에서 2021년 38조2080억원으로 늘었지만, 2022년에는 35조8073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해 1분기 판매액도 7조9529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4953억원 감소했다. 내수 침체와 고금리·고물가 부담 속에서 소비자들이 TV·냉장고·에어컨 등 고가 내구재 지출을 줄이면서 시장 규모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 물류 혁신·신성장 동력 확보가 관건


양사는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이마트는 점포 구조조정과 리뉴얼을 병행하며 온라인몰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장 내 소형가전·IT 기기 전용존을 신설하고, 소비자 체험 공간을 확대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PB상품을 강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병행 중이다. 그러나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이미 저가 전략을 선점하고 있어 효과는 제한적이다.

전자랜드는 2023년 5월 유료회원제 매장 ‘랜드500’을 도입했다. 기존 매장을 리뉴얼해 운영하는 랜드500 지점에서는 회원 전용 특가상품과 온라인 최저가 수준의 가격 혜택을 제공한다.

실제로 전환 매장 26곳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1% 증가했다. 이천점은 166%, 작전점은 123%, 경기광주점은 101% 늘어나는 등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일부 점포의 성과만으로는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 전문가들은 단순한 매장 효율화나 회원제 실험만으로는 시장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과 백화점 사이에서 존재감을 되찾으려면 물류 혁신과 함께 신성장 동력 발굴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변화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하이마트와 전자랜드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 것인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