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KB증권…글로벌 무대 넓힌다
한투 “개인 금융상품 잔고 76조1000억원” KB증권 “뭄바이에 여섯 번째 해외 거점 추진”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해외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역량을 동시에 키우며 글로벌 무대를 넓히고 있다.
◇ 한투증권, 글로벌 확장…고객상품 잔고 기록 경신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투증권은 6월말 기준 개인고객 금융상품 잔고가 76조1000억원으로 연초(67조7000억원) 대비 13.41% 늘었다.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1479억원, 순이익 1조0252억원으로 반기 기준 업계 첫 ‘순이익 1조 클럽’을 달성했다. 이는 위탁중개, 자산관리, 운용 등 전 부문의 고른 개선과 글로벌 특화 상품 공급 확대의 결과로 해석된다.
한투증권은 홍콩·미국·베트남·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7개국에서 9개 해외법인과 2개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2024년 해외법인 순이익은 7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늘었다. 이는 “국내 실적 1위 고도화와 동시에 글로벌 역량을 내실 있게 축적하겠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상반기만 떼어놓고 보면, 해외법인 순이익은 399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결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 안팎으로 아직 크지 않지만, 지역별로 미국 IB, 홍콩, 베트남 등에서 고르게 이익을 냈다. 이는 ‘리테일이 강한 신흥시장+IB·세일즈앤트레이딩이 강한 선진시장’ 이원화 전략의 결과로 읽힌다.
협업 측면에선 글로벌 운용사와의 전략 제휴가 눈에 띈다. 한투증권은 5월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과 펀드 소싱, 자료 공유, 인력 교류를 포함한 MOU를 맺고 국내 판매 협력을 시작했다. 8월에는 양사가 ‘2025 글로벌자산관리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채권·대체·테크주 등 대표 전략을 직접 소개했다. 같은 맥락에서 UBP(Union Bancaire Privée)와도 프라이빗뱅킹·패밀리오피스 협업을 넓혔다.
상품 라인업도 확장 중이다. 한투증권은 월지급식·멀티인컴 등 현금흐름 중심 솔루션을 내세워 변동성 국면의 개인 자금 유입을 늘리고 있다. 대표 사례로 ‘글로벌 전략 멀티인컴’ 계열과 미국 테크주 테마형 공모펀드가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 한투증권의 개인 금융상품 잔고 확대와 글로벌 협업 강화는 분명한 모멘텀”이라며 “특히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과의 공조는 대체·크레딧·퀀트 ETF 등 선진 전략 접근성을 높여, 자산배분의 다양성과 월지급식 수요를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법인 실적은 변동성이 남아있지만, 구조적으로 고객 잔고가 늘면 WM 이익의 질이 향상된다”고 덧붙였다.
◇ KB증권, 뭄바이 현지 네트워크 ‘맞춤형’ 공략
KB증권은 인도 뭄바이에 여섯 번째 해외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사무소 개설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미국(뉴욕),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상하이 사무소) 등 5개국에서 해외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도 진출이 완료되면 KB증권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보다 균형 잡힌 구조를 갖추게 된다.
이번 뭄바이 사무소는 단순한 연락 사무소를 넘어,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리서치 인프라를 확대하고 당국 및 유관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KB증권은 해당 거점을 통해 인도 내 주요 기업·기관과의 채널을 구축하고, 주식자금조달(ECM), 채권자금조달(DCM), 기업 인수합병(M&A) 등 투자은행 업무의 파이프라인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KB금융그룹이 인도 내에 이미 보유한 은행 네트워크다. 푸네, 첸나이, 구루그람 등 인도 내 핵심 도시에서 운영 중인 KB국민은행 현지 법인과의 연계가 가능해지면서, 증권-은행 간 교차 영업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이러한 구조는 현지 투자자뿐 아니라 국내 기업 고객이 인도 진출을 고려할 때 보다 입체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인도는 2025년 기준 명목 GDP 규모에서 세계 4위권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경제성장률은 6%를 상회하고 있으며, 디지털 결제·핀테크·제조업 등에서 빠른 산업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도 인도를 ‘포스트 차이나’로 지목하고 있으며,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KB증권은 인도 외에도 이미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고성장 신흥국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는 리테일·브로커리지 중심의 영업을 통해 개인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으며, ECM·DCM 등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일정 수준의 딜 소싱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뉴욕과 홍콩처럼 자본시장이 성숙한 지역에서는 기관세일즈와 투자은행(IB) 중심의 업무가 전개되고 있다.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누적 기준으로 베트남 법인의 당기순이익은 130억원, 인도네시아 46억원, 홍콩 50억원, 뉴욕 53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각 거점이 ‘지역 특화 전략’을 통해 수익 기반을 따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KB증권의 글로벌 전략은 성과와 방향성 양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번 뭄바이 진출은 KB증권이 단순히 사무소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지역에 맞춘 ‘맞춤형 비즈니스 전략’을 더욱 정교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인도 현지 자본시장과 기업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의 인도 진출을 돕는 브릿지 역할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활용도는 상당히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