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미래에셋 동맹, 두나무 편입으로 한 걸음더
결제·토큰증권·AI 역량 확대 기대 쇼핑·결제·투자·디지털자산 한 화면에...‘슈퍼앱’ 나올까?
네이버와 미래에셋의 전략적 협력이 전환점을 맞았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결제·토큰증권·AI 역량을 한층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플랫폼과 증권, 블록체인이 한 회로로 묶일 수 있느냐가 이번 구도의 핵심이다.
◇ 양사가 꿈꾼 동맹 청사진, 어디까지 실현됐나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각각 운영 중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네이버파이낸셜이 존속지주사가 되고 두나무는 100% 자회사로 전환되는 구조다. 같은 날 시장의 관심이 커졌고, 관련 종목 주가도 민감하게 움직였다.
양사의 공조는 새롭지 않다. 두 회사는 2019년 약 8억9800만 달러 규모의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 그로스 펀드’를 조성해 성장주 투자에 나섰다. 이후 동남아·인도 등에서 스타트업 투자와 사업 협력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의 사용자 기반과 금융사의 운용·리스크 관리가 어떻게 맞물릴 수 있는지 실전 경험을 쌓았다. 전자상거래 판매자 대출, 결제 고도화, 공동 행사와 리서치 교류가 이어지며 협업의 골격이 단단해졌다.
올해 들어 동맹의 축은 더 넓어졌다. 비상장 시장 고도화, 디지털 자산·결제, AI 기반 운용·서비스가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는 이미 현실화된 조각과, 여전히 논의 단계에 있는 과제가 함께 있다. 현실화된 조각으로는 11일 네이버페이가 ‘증권플러스 비상장’ 지분 70%를 686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점이 있다. 이로써 네이버 생태계 안에서 장외 주식 거래의 신뢰도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같은달 금융위원회가 비상장·조각투자 유통플랫폼을 위한 ‘장외거래중개업’ 인가 도입을 추진하면서, 비상장 거래의 제도권 편입도 가시화됐다. 인가 기준이 정해지면 공시, 불공정거래 감시, 투자자 보호 장치가 한층 명확해진다.
AI 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4월과 7월 상업용 무료 경량·추론형 AI 모델을 공개했다. 상담 자동화, 검색·추천 고도화, 내부통제 보조 등 현업 적용 범위가 넓다. 미래에셋은 2월 홍콩 시장에 AI 인프라 ETF를 상장했고, 6월에는 AI 추천 로직을 적용한 투자등급 회사채 ETF(GXIG)를 내놨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포트폴리오 운용, 채권 듀레이션 조정, 리스크 관리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이다. 플랫폼의 고객 접점과 운용사의 상품·리서치가 AI를 매개로 만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 혁신의 꿈...한발 더 가까워졌다
논의 단계의 과제는 결제와 토큰증권에서 더 크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혁신의 한 축으로 거론된다. 앱 안에서 포인트·송금·정산이 하나로 묶일 수 있어서다. 다만 실제 도입을 위해서는 발행 주체, 준비금 보관, 외부감사, 위기 시 유동성 공급 장치가 문서로 정리돼야 한다. 고객 자금과 준비금을 분리 보관하고, 언제든 상환 가능한 구조를 갖춰야 신뢰를 얻는다. 결제망 연계와 가맹점 수수료 정책도 투명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당국과의 협의가 남아 있다.
토큰증권(STO) 유통 역시 같은 원리다. 증권성 판단, 발행·유통 분리, 공시 의무, 수탁·결제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비상장·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인가는 적합성 원칙, 거래 감시, 광고 규정 준수가 전제다. 발행사, 중개사, 플랫폼, 수탁기관이 어떤 책임을 지는지 계약과 공시로 분명히 해야 분쟁 소지를 줄일 수 있다. 제도 정비 속도는 빨라지고 있으나, 상용화의 속도는 규제 정합성에 의해 좌우된다. 이날도 네이버와 두나무는 “검토는 사실, 최종 결정은 아직”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두나무 편입이 현실화되면 시장 지형은 변할 수 있다. 네이버는 쇼핑·결제·투자·디지털자산을 한 화면에 묶는 ‘슈퍼앱’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 이용자 기반과 가맹망, 블록체인 인프라, 운용·리서치 역량이 결합하면 결제에서 투자, 투자에서 유통까지 한 회로로 이어지는 그림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판매자 대금 정산과 포인트, 투자 잔고와 월지급식 상품, 토큰화된 수익증권까지 정보를 끊김 없이 보여줄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자금 흐름이 단순해지고,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과 고객 확보의 도구가 늘어난다.
다만 속도전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주주 동의, 공정거래·금융 규제 심사, 데이터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 체계 점검 등 절차가 길게 이어질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은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한다. 광고 문구, 적합성 확인, 청약·환매 절차, 가격 산정 방식 같은 세부가 허술하면 곧바로 신뢰가 흔들린다. 서비스 확장보다 중요한 것은 설명 의무와 위험 고지다. 앱 화면에서 핵심 위험을 짧고 명확하게 보여주는 설계가 필요하다.
경쟁사들의 대응도 변수다. 국내외 빅테크와 금융사는 모두 결제와 투자,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결합하려 한다. 카드 결제망, 간편결제, 증권 리테일, 로보어드바이저가 서로의 영역을 넘나든다. 차별점은 ‘연결의 완성도’와 ‘비용 구조’에서 나온다. 결제 수수료, 환전·송금 수수료, 매매 수수료, 운용 보수가 서로 영향을 미친다. AI 자동화로 비용을 낮추고, 고객 경험을 단순화할 수 있느냐가 승부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남은 조각은 두나무 편입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적용 범위”라며 “어느 한 축만 앞서가도 전체는 굴러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연결 전략의 성패는 ‘역할 분담의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축에서 갈릴 것”이라며 “이번 전환점이 큰 결실로 이어지려면, 사업 속도와 제도 정합성의 균형부터 정확히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두나무 관계자는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구체적인 사항이나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며 기대감 속에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