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평행선, 경주서 결론?…한미 협상 APEC서 '빅딜'? 

3500억 달러 투자 놓고 이 대통령 '배수진' 트럼프 '선불' 고집...치열한 신경전 속 접점 모색 협상 장기 교착 우려 속 APEC '패키지 딜' 전망도 

2025-09-26     설인호 기자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5일(현지시간) 뉴욕 JFK공항 공군 1호기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미 일정 중 유엔총회 참석 등 빡빡한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한미 관세협상  관련 이 대통령은 3박 5일간 우리 측 입장을 적극 피력했지만, 미국과의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선에 그쳤다는 평이다. 

핵심 쟁점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방안을 두고도 양국 정상의 발언은 정반대로 엇갈렸다. 이 때문에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빅 이벤트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 요구대로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IMF)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그러면서도 "피를 나눈 동맹이 최소한의 합리성은 유지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하며 협상 타결 가능성도 열어뒀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한국에서 3500억 달러를 받는다. 그것은 선불"이라고 언급하며, 관세 인하의 전제 조건이 현금 투자임을 재차 못박았다. 일본 사례와 유사한 '백지수표식 합의'를 요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뉴욕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한국 외환시장 안정 문제와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직접 전달했다. 그는 "상업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양국 이익에 부합하는 합의를 기대한다"고 강조했지만, 확답은 듣지 못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설명과 복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 △직접 투자 비중 조정 △투자 프로젝트 선정 방식 등 세 가지가 향후 협상 성패를 가를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접점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은 지속중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무역대표부와 채널을 이어가고 있고, 외교·안보 라인에서는 원자력 협정 개정, 국방비 증액,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 해결 등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안이 '패키지 딜'로 얽히면서 일괄 타결이 성사될지, 아니면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각자의 원칙을 고수하며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로 빠질지는 결국 APEC 무대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