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하나에 마비된 국가 전산망..."디지털정부 사상누각" 개탄
국정자원 화재로 전산시스템 허점...3년 전 ‘카카오 먹통’ 재현 운영관리 이중화 부재 지적..."기초 설계부터 다시 짜야" 이 대통령 "사고 수습에 만전" 주문...야권 윤호중 책임론 제기
3년 전 '카카오 먹통 사태를 방불케 하는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로 'IT 강국'을 표방한 대한민국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전산망 647개 시스템이 일제히 중단되면서 정부24, 우체국, 납세와 모바일 신분증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서비스가 멈췄다.
지난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드러났던 '운영관리 도구 이중화 부재' 문제가 행정부 버전으로 재현됐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은 문제를 따져 물었다. 이 대통령은 "재발 방지 대책을 확실히 집행해야 하는 만큼 거버넌스 정비를 포함한 구조적 문제 해결 방안을 신속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둔 만큼 국민이 명절을 지내는 데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은 물론 각 부처 장관과 공직자들이 비상한 자세로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국정자원 화재 소식이 전해진 후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로 질타와 개선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장 점검과 함께 예산 지원, 후속 입법 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정청래 대표는 27일 페이스북과 당 지시를 통해 "사무총장과 행안위 간사에게 정부가 만전의 대책을 세우도록 당 차원의 지원대책을 긴밀히 협의토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예견된 재난"이라고 맹비난했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기본 중의 기본인 재난복구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현실은 ‘IT강국’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개탄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송 원내대표는 "작은 불씨 하나에 국가기능 전체가 먹통이 되는 일이 IT강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참담하다"며 "국회 현안 질의를 추진해 진상을 규명하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수습 후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과방위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인공지능(AI) 시대를 외치는 것은 사치"라며 "'진짜 디지털정부'를 설계하는 최고 수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운영체계 이중화'에 대해서도 "조선시대 실록도 네 곳의 사고에 나눠 보관했다"고 꼬집으며 "국가 시스템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설계하는 백년지대계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종했다.
한편 경찰은 2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려 화재 원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감식에 들어갔고, 행안부는 배터리 노후와 작업 과정에서의 관리 부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복구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완전한 정상화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전언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28일 오전 기준 네트워크 장비는 절반 이상 복구됐고, 보안장비는 99% 이상 재가동됐다. 화재 피해가 없는 551개 시스템은 순차적으로 가동이 재개됐다.
하지만 직접 피해를 입은 96개 시스템은 손상 정도가 커 단기간 복구가 어렵다는 진단이다. 일부 행정 서비스 접속도 여전히 불안정하거나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연휴 전 주요 시스템 정상화를 목표로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