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IPO 논란, 팩트체크③] 부당이득 논란 속 1500억 재투자…하이브 글로벌 전략, 발목 잡나
<편집자주>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제기된 방시혁 의장 관련 논란은 단순한 주가조작 의혹을 넘어 자본시장 규제의 취지와 적용 범위를 가늠하는 중요한 사례로 떠올랐다. 스트레이트뉴스는 당시 투자자들의 매각 배경, 법적 쟁점, 자금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짚어 독자들이 사실관계와 논란의 본질을 균형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기업공개(IPO) 이후 정산받은 거액을 두고 ‘부당이득’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4000억원으로 알려졌던 금액은 세금과 전직 임원 몫을 제외하면 약 12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이익의 성격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방 의장이 이 자금 상당 부분을 유상증자 재참여와 글로벌 사업 확장에 사용해 단순 사익 추구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우선 정산 구조를 살펴보면 방 의장은 사모펀드(PEF)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이스톤PE 등과 언아웃 계약에 따라 IPO 이후 총 4000억원가량을 배분받았다. 그러나 여기서 2100억원은 세금으로 납부했고, 700억원가량은 전직 임원 등에게 돌아갔다. 실제로 방 의장이 손에 쥔 금액은 1200억원 수준이라는 것이 최근 언론 보도에서 핵심이다. 부당이득으로 지목된 액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다.
그런데 방 의장은 배분받은 금액을 포함한 1568억원을 2021년 4월 하이브 유상증자에 투입했다. 당시 하이브는 미국 이타카홀딩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445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방 의장은 이미 35%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대규모 자금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는 단순히 자신의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라기보다 회사 자본 확충과 글로벌 확장 전략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상증자는 기업 입장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대주주가 참여하지 않으면 시장은 곧바로 ‘책임 회피’로 해석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다. 방 의장이 보유 지분에도 불구하고 거액을 투입한 것은 ‘오너십을 통한 책임 이행’이자 기업가치 방어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는 오히려 개인 이익을 챙기기보다 회사를 지키려고 선택했다는 주장이다.
세후 정산금에서 남은 자금 일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거점을 마련하는 데 쓰였다. 방 의장은 약 350억~550억원을 들여 고급 주택을 구입했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사적 소비로 보지 않고 있다. 미국 음악 산업은 유명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이 작업 공간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 방 의장이 현지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한 전략적 투자였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방 의장이 이익을 챙겼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상장 직후 사모펀드들이 대규모로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2020년 10월 상장 당일, 하이브 주가는 공모가 13만5000원의 두 배인 27만 원으로 시작해 35만1000원까지 올랐으나 곧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1603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PEF들은 1900억원어치를 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그러나 이는 IPO 시장에서 흔히 반복되는 ‘오버행 리스크’라는 지적도 많다. 오버행이란 보호예수가 걸려 있지 않은 물량이 상장 직후 시장에 쏟아져 나오며 주가에 하방 압력을 주는 현상이다. 하이브 역시 증권신고서에 유통 가능 물량과 오버행 리스크를 명시했으며, 투자자 누구나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장에 이미 공시된 정보를 근거로 한 거래였다는 얘기다.
또 하이브의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은 전체 주식의 28% 수준으로, 통상 수급 부담이 낮다고 평가되는 30%를 밑돌았다. 실제로 주가는 단기적으로 출렁였지만 2021년 11월 장중 42만1500원까지 오르며 장기적으로 우상향했다. 공모가 아래로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역시 초기 투자부터 장내 매수까지 참여하며 수천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부당이득’이라는 용어의 해석이다. 금융당국은 방 의장이 상장 지연을 내세워 사모펀드와 계약을 맺고, IPO 성공으로 이익을 챙겼다고 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이 스스로 리스크를 헷징하기 위해 언아웃 계약을 먼저 제안했고, 방 의장은 되레 상장 실패 시 막대한 풋백옵션을 떠안았다”며 ‘리스크 감수의 대가’라고 강조한다. 위험을 짊어졌기에 그만큼 보상을 얻었다는 논리다.
자본시장법의 본질은 시장 질서 교란을 막는 데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특정 펀드와 창업자 간의 계약으로 제한된 거래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부당이득 프레임은 여론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정당한 투자 수익을 범죄로 치환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형법에서 사기죄 역시 피해자가 실질적 손해를 입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투자자들이 대규모 수익을 올린 점은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 장기화는 하이브의 글로벌 전략에 적잖은 부담을 준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협업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 경영자가 사법 리스크에 휘말려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해외 파트너에게 부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권은 오너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계약 협상이나 합작 프로젝트에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IPO 제도와 사적 계약 공시 범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이라는 대원칙은 지켜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적 계약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따라서 공시 대상을 어디까지 확대할지, 투자자 정보 비대칭을 어떻게 줄일지가 향후 제도 개선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하이브 사례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위험과 보상’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묻고 있다”며 “리스크 감수를 통한 보상이 정당한 이익인지, 아니면 부당이득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은 예측 가능하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K팝 산업과 자본시장 모두의 성장 기반이라는 점도 부각된다.
결국 방시혁 의장의 사법 리스크는 법정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 자본시장과 문화산업이 성숙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시험대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단순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과제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