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부터 바꾼다…K기업, 임직원 AI 역량 강화 집중

K기업, AI 기술력 개발 넘어 내부 AI 활용도 높이고 있어 임직원의 교육·의사소통 ·제조 영역 등 다양한 분야 적용

2025-10-08     함영원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임직원의 AI 활용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국내 주요 기업들이 AI(인공지능) 관련 산업 기술력 개발에 한창인 가운데 임직원의 AI 활용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첨단 AI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의 실질적인 활용 능력이 선제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인 AI 교육 등을 통해 단순히 'AI'라는 기술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구성원들이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역량 강화를 적극 독려하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달부터 경영진을 대상으로 AI 교육 실시에 나섰다. 이 달까지 두 달 동안 서울 수송동 수송스퀘어에서 총 네 차례 'AI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교육에는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등 SK그룹 최고경영자(CEO) 24명을 포함해 각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인사책임자(CHO) 등 C레벨 100여 명이 참여 대상으로 선정됐다.

SK의 해당 프로그램은 사내 교육 플랫폼 마이써니(MySUNI)를 통해 이뤄지는 가운데 글로벌 AI 트렌드와 AI 전환(AX)을 통한 업무 수행 방식, 조직 구조 변화를 다루는 전문가 강의 등으로 구성됐다. AI 실습 세션도 마련돼 AI를 친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8월 열린 이천포럼에서 구성원들을 향해 AI 시대 경쟁력 확보 방안을 제시하면서 'AI 체화'를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구성원들이 AI를 친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비즈니스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판단이다. 당시 최 회장은 "이제는 AI·디지털전환(DT) 기술을 속도감 있게 내재화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LG그룹도 임직원들의 AI 교육을 위해 분주하다. 'AI 아카데미' 등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가운데 최근에는 국내 최초 사내 AI 대학원을 만들었다. 지난 2022년 개원했던 LG AI 대학원이 국내 1호 교육부 공식 인가 사내 대학원으로 새롭게 출범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LG AI 대학원 졸업생은 기존 대학원 졸업자들과 동등하게 정식 학위를 인정받게 됐다. 현재 교육부로부터 석사과정 인가를 받았으며 연내 완료를 목표로 박사과정 인가 절차도 진행 중이다. 

정식 학위를 인정받는 만큼 신뢰받는 교육기관으로서 이곳에서 대한민국을 AI 3대 강국으로 이끌 실전형 AI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LG는 AI 대학원을 통해 구성원들이 AI 난제 해결 프로젝트와 국가 AI 사업에 적극 참여하며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직 자체를 AI 내재화에 초점을 맞춰 개편하는 중으로, 올해 AI 생산성 혁신 그룹을 만들어 AI 기반 업무 생산성 향상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AI 크루' 제도를 도입해 AI 실행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구성원 AI 교육 체계도 한층 고도화했다. 특히 AI 전환(AX)와 관련해 'AI 드리븐 컴퍼니'로 거듭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삼성전자의 DX(디바이스경험)부문을 이끄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도 AI를 중심으로 한 조직 변화를 주문한 상태다.

노 사장은 지난 8월 타운홀미팅에서 "AI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으로 전자 산업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며 "비즈니스 전략, 일하는 방식, 고객과 만나는 접점까지 새롭게 정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 행사에서는 "전 업무 영역의 90%에 AI를 적용해 AI가 현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AI로 혁신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밖에도 최근 진행한 연례 AI 기술 교류 행사인 '삼성 AI 포럼'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는 다양한 업무영역에 AI 기술을 적용해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AI 포럼을 예년보다 두 달 일찍 열고 AI 미래 전략을 재점검했다.

이밖에 포스코그룹과 한화그룹, HD현대 등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업무 전반에 AI를 접목하며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HD현대는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산업 특화 AI 전략인 'ASI'를 추진하고 있다. 범용 인공지능(AGI) 대신 HD현대가 보유한 산업별 도메인 지식과 현장 노하우를 AI에 접목해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개발·확산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디지털트윈 기반 선박·육상 안전 관제 솔루션 '하이캠스(HiCAMS)', AI 기반 장비 운전 상태 실시간 모니터링 및 상태 기반 진단 관리 솔루션 '하이씨비엠(HiCBM)', 조선소 특화 맞춤형 통번역 서비스 'HD에이전트' 등을 운영 중인 가운데 향후 3개월간 에이전트 AI와 피지컬 AI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AI 기술을 제조 현장에 빠르게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그룹 에너지·상사 자회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경우 전 데이터를 MS '애저 패브릭' 기반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분석·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해 데이터 관리와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또 자연어 질의 데이터 추출 기능 및 파워 BI, 코파일럿, 애저 오픈AI 등을 활용해 임직원 누구나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검토하는 등 AI와 데이터 중심의 구성원 의사결정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MS의 코파일럿 스튜디오 기반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사내 지식과 연계된 부서별 업무를 자동화하며 보안과 생산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중이다.

또 경영진 보고를 지원하는 '정기회의체 보고서 에이전트', 환경 규제 여부를 자동 검토하는 '환경법규 검토 에이전트' 등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자율형 AI 에이전트로 발전시키며 전사적 AI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AI 사업 확장을 위해 임직원들과 내부 구조까지 AI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모습"이라며 "이를 통해 AI 관련 사업 추진 로드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략적 활용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