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명 희생 '제주항공 참사', 경찰 수사 의욕만 넘친다

2025-10-06     김세헌 기자
 지난해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가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산업재해와 중대재해 근절을 내세워 전담 수사팀을 신설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광주·전남경찰청은 지난 1일 중대재해를 전담하는 '중대재해 수사팀'을 신설했으며, 특히 전남청은 여수·광양·영암 등 대규모 산업단지를 관할하는 특성을 고려해 과장급을 팀장에 앉히며 조직 규모를 확대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과장급 팀장이 있는 곳은 4곳뿐이다. 수사팀은 동·서부권으로 나뉘었던 인력을 일원화해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단순 조직 확대가 근본적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수사팀의 첫 과제는 179명이 숨진 12·29 제주항공 참사다. 경찰은 국토부와 무안 공항, 관제탑 등을 압수수색해 23명을 입건했으나, 책임 소재가 조류 충돌인지, 로컬라이저 설치 문제인지조차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조종사 과실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 경찰의 수사 방향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구조적 비리까지 종합적으로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은 의욕적이지만, 실제로 고위층 책임자까지 기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남청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망 사고, 여수산단 비료공장 사망 사건 등도 조사 중이라지만, 산업재해의 구조적 원인인 인력·예산 부족, 반복된 하청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사후 수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광주청 역시 금호타이어, 기아자동차 사고 수사를 마치며 공장장을 송치했으나, 일선 근로자의 안전이 실제로 나아졌다는 증거는 부족하다. 경찰이 보여주려는 ‘엄정한 수사’가 보여주기식 대책에 머물지 않으려면, 제도적 예방 시스템과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