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김현지→'냉부해'...추석 연휴 잠식한 정치권 공방
이 대통령 예능 출연 두고 "문화외교' vs '무책임" 공방 국정자원 화재 당시 이 대통령 소재 두고 고소전까지
추석 연휴 동안 정치권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체포 논란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경력 논란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갔다. 특히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이후 대통령의 행적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 간 고소전까지 더해졌다. 민생 현안이 차례상 화두 뒤로 밀려났다는 개탄이 일각에서 나온다.
지난 6일 밤 방송된 JTBC 추석 특집 '냉장고를 부탁해'는 이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출연하면서 연휴 정치권 공방의 정점을 찍었다. 이 대통령 출연분은 같은 방송사 동일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부부가 가져온 재료로 만든 시래기 피자는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았다. 이 대통령은 "이건 독자적인 상품으로 만들어도 좋겠다"고 말하는 등 K푸드 산업화 가능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해당 방송은 지난달 28일 사전 녹화됐다. 대통령실은 "K푸드를 홍보하고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문화외교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국정자원 화재 수습을 외면한 채 예능에 출연했다며 해담 프로그램 방영 전부터 총공세에 나섰다.
장동혁 대표는 "국가 전산망이 불타 초유의 마비 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고, 예능 촬영에 나섰다"며 "이재명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국가 핵심 전산망이 마비되고 관세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진 무거운 한가위"라고 꼬집었다.
이 전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체포 시도를 두고도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장을 보호하기 위한 불법적 체포 쇼"라고 규정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장 대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절대 존엄' 김현지를 지키기 위해 위법한 체포극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최근 국회 상임위 출석 여부를 둘러싸고도 여야 간 거센 공방의 중심에 섰다.
국민의힘 공세에 대통령실은 지난 4일 강유정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26일 밤부터 화재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대응을 지시했으며, 27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 중대본 회의와 피해 점검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습 상황을 챙겼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또한 국민의힘 주장을 지나친 정치 쟁점화라며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부부 방송 출연까지 트집 잡으며 허위 선동에 나섰다"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수습과 재발방지 논의를 진두지휘한 대통령에게 명백한 허위 공격"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은 '48시간 실종설'을 제기한 주진우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그러자 주 의원은 6일 강 대변인과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대체휴일을 포함해 최대 12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의 한가운데에서, 이 전 위원장 체포 논란과 김 실장 논쟁, 대통령의 예능 출연, 주 의원의 고소전이 뒤섞이며 정치권의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연휴 이후 13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와 APEC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도 이 같은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