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환율 폭등·유럽 고관세 ‘이중고’
EU 쿼터 축소, 50% 관세 부과 수출 비중 높은 포스코에 직격탄 환율 1420원 돌파…원자재 수입 비용 부담 겹쳐
원달러 환율 폭등과 유럽연합(EU)의 50% 철강 관세 부과 및 쿼터 축소 예고로 국내 철강업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철강 빅2 포스코와 현대제철 중 수출 비중은 각각 57%와 20%로 큰 차이가 나, 포스코에 더 큰 부담이 예상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EU(유럽연합)는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를 대체할 새로운 저율관세할당물량(TRQ, Tariff Rate Quota) 도입 계획을 내놨다. 도입 초안은 연간 철강 쿼터 총량을 2024년 대비 47% 감소한 1830만톤으로 축소한다.
동시에 쿼터 밖 세율도 기존 25%에서 50%로 상향한다. 여기에 조강국 기준을 도입해 모든 수입 철강재의 조강국 증빙 의무를 지운다. 해당 철강재의 최종 제품이 어디에서 가공됐든, 최초 반제품을 만든 원산지를 추적해 관세나 쿼터 회피 행위를 막겠다는 의도다.
이번 조치는 입법 절차를 거쳐 늦어도 EU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 만료 시점인 2026년 6월말 회원국 투표를 거쳐 도입될 전망이다.
EU는 국내 철강 수출 2위 시장으로, 이미 50%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미국과 함께 양대 시장 관문이 높아진다. 이 가운데 국내 철강업체 중 시장 점유율이 가장 큰 포스코가 수출 비중도 높아 큰 타격이 우려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업체별 유럽향 수출 비중은 공개돼 있지 않다. 다만, 양사 유럽 수출 비중은 두 자릿수 이상으로 추정된다. 올 반기말 기준 포스코 매출의 57%는 해외에서 올렸다. 2023년 48%, 2024년 54%로 수출 비중이 커지던 참이다. 현대제철은 반기말 해외매출이 20%를 차지했다. 작년과 재작년엔 17%였다.
최근 폭등한 원달러 환율은 철강업종의 부담을 더 키운다. 1달러당 1300원대였던 환율이 추석 연휴 사이 1420원까지 돌파했다. 환율 폭등으로 인해 철강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수입 비용이 상승하게 됐다.
철광석, 유연탄 등 철강 생산의 핵심 원자재는 대부분 달러로 결제된다. 환율이 오르면 같은 양의 원자재 수입에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해져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수입 비중이 워낙 높아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크다.
반면, 환율로 인한 수출 가격 경쟁력 제고 효과는 제한적이다. 수입 비용이 상승한 원가 부담이 수출에서 얻는 이익을 상당 부분 상쇄하거나 초과할 수 있다. 더욱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더불어 중국 등 경쟁국의 저가 수출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환율이 올랐더라도 수출 단가를 올리기 어렵거나 수출 물량 자체가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EU 시장 진출이 어려워진 다른 국가들의 철강재가 동남아 등 제3국 시장에 풀리면서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며 “한국의 철강 수출 시장이 잠식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철강은 자동차, 가전, 건설 등 여러 산업의 기초 소재”라며 “철강 산업 위축은 연관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