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수출] ➄ 보험업, 국내 한계 넘어 해외로

‘운용·M&A·현지 동맹’으로 판을 넓히다 부동산·인프라운용, 은행 방카...동남아, 미주, 유럽까지

2025-10-13     조성진 기자
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제작.

국내 보험사들이 내수 둔화를 넘기 위해 해외에서 길을 찾고 있다. 유럽에서는 대체투자 거점을 세우고, 미국에서는 인수를 통해 존재감을 키우며, 동남아에서는 은행과의 동맹으로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 DB손해보험, 미국에서 규모의 게임에 돌입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9월 25일 미국 스페셜티 보험사 포르테그라(Fortegra Group)를 16억5000만 달러(약 2조3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거래는 현금으로 진행되고, 팁트리(Tiptree) 주주 승인과 규제 인가 등을 거쳐 2026년 중반 마감 예정이다. 회사 발표와 현지 및 글로벌 매체들이 동일한 소식을 전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달 초 DB손보에 대해 “인수 발표 이후에도 DB손해보험의 ‘A+’ 신용등급과 안정적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AM베스트도 같은 날 “등급에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재무여력이 뒷받침된다는 평가다. 포르테그라는 보증·워런티 등 틈새 상품에 강한 회사다. DB손해보험은 “세계 최대 손보 시장에서 성장 발판을 확보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DB손보 본사 전경. DB손보 제공.

삼성생명은 2021년 5월 영국의 부동산 자산운용사 세빌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Savills IM) 지분 25%를 인수했다. 거래 금액은 6375만 파운드(약 1216억원)였고, 향후 10억 달러(1조4287억원) 규모의 투자 약정을 함께 약속했다.

이어 삼성생명은 2023년 4월 프랑스 인프라 투자사 메리디암(Meridiam)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20% 주주가 됐다. 메리디암은 공시를 겸한 보도자료에서 “삼성생명이 2023년 4월 20일 자본 확충에 참여했고, 이에 따라 20% 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자문사인 캠벨루티언스와 업계 매체들도 같은 내용을 전했다.  

두 번의 행보를 통해 삼성생명은 유럽에서 ‘부동산과 인프라’라는 양축을 갖게 됐다. 생보사는 상품 만기가 긴 부채가 많다. 현금흐름이 꾸준한 인프라·부동산은 금리 변동에 흔들리기 쉬운 채권 의존도를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두 파트너를 발판으로 공동투자와 위탁운용의 길을 함께 열었다”고 설명했다. 포트폴리오 관리 뿐 아니라 필요할 경우 자기자본투자(PI)도 가능한 방안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은행과 보험’ 결합


한화생명은 지난 6월 30일 인도네시아 노부은행(Nobu Bank) 지분 40% 취득을 마쳤다. 이를 두고 보헙업계에선 “한화생명이 국내 보험사 중 처음으로 해외 상업은행 지분을 투자했다”며 의미있는 평가를 내렸다. 강력한 고객 채널을 가진 노부은행과의 결합은 방카슈랑스(은행 창구 판매)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아세안 방카슈랑스 시장은 2025년 358억 달러로 추정되고, 2030년까지 연평균 11.28% 성장 전망이 제시돼 있다. 

한화생명은 “디지털과 오프라인을 엮어 신용·소액대출과 보장성 상품의 교차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룹의 디지털금융 역량과 현지 은행의 고객기반을 결합해 유입과 전환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생명 홈페이지.

이밖에 교보생명은 해외 거점이 크지 않지만 꾸준히 기반을 넓히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교보생명자산운용주식회사’를 각각 두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각각 10억7000만원, 일본 1억3000만원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2020년 1월 미얀마에 주재사무소를 열어 동남아 네트워크를 보강했다.

이를 위한 현지화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2011년부터 베트남 번째성 낙후 농촌에 학교와 도서관을 세우고 사랑의 집짓기로 20채 넘는 보금자리를 마련했으며 2017년에는 라오스 쌘짤런 초등학교에 도서관을 조성했다. 

2024년 10월에는 ‘교보다솜이글로벌봉사단’이 라오스 농촌마을에서 교실·놀이터 보수와 장학금 전달을 진행해 현지 교육환경 개선에 힘을 더했다. 본사 차원의 ‘교보다솜이 사회봉사단’과 보호아동 성장지원 ‘꿈도깨비’, ‘교보 드림 메이커스(ICT 체험·전문교육)’ 등 프로그램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교보다솜이글로벌봉사 단원들과 라오스 나노마을 아이들이 마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진행된 체육대회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모습. 교보생명 제공.

교보생명은 금융교육·자립지원과 해외 교육 인프라 사업(미얀마·라오스·인도네시아 한글교육)을 통해 ‘국민교육진흥’ 이념을 해외까지 확장하며 조용하지만 지속 가능한 해외 존재감을 쌓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