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개 커피 브랜드, 본사만 배불렸다…가맹점 매출은 1.5%↑ 그쳐

거리제한 폐지 후 과밀 출점 경쟁 심화…폐업률 2배 가까이 상승 허영 '14년 전 거리제한 폐지 후 무제한 출점…상생 자율규제 시급"

2025-10-14     설인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 의원 페이스북. 

상위 10개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업이익이 4년 새 140% 폭증한 반면, 가맹점 매출은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제한 폐지 이후 과밀 출점 경쟁이 심화되면서, 본사는 가맹비·로열티 수익으로 몸집을 불리는 동안 가맹점주들은 매출 감소와 폐업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허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상위 10개 커피 프랜차이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4년 상위 10개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의 매출은 892억 원에서 2,062억 원으로 13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2억 원에서 245억 원으로 140%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맹점의 평균 평당 매출은 1,499만 원에서 1,522만 원으로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으로, 본사의 이익 확대와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지난 5년간 상위 10개 커피 브랜드의 가맹점 수는 평균 7,914개에서 15,692개로 98.3% 증가했지만, 이 중 6개 브랜드는 매출이 오히려 전년 대비 하락했다. 같은 기간 가맹점 폐업률은 2.4%에서 4.6%로 2.2%포인트 상승했다.

상위 10개 커피 프랜차이즈의 본사 수익 현황(단위 억원, 천원).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허영 의원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수익 불균형의 원인으로 ‘거리제한 폐지’를 꼽는다.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유경쟁을 침해한다”며 가맹점 간 출점 제한(500m 이내 금지)을 폐지한 이후, 브랜드 간 출점 경쟁이 과열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장 간 거리가 200m도 채 되지 않아 상권이 과밀화되고, 점포 간 매출이 겹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본사는 가맹점 확대에 따른 신규 계약 수수료, 교육비, 물품 공급 이익(로열티)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맹점의 수익성과 상관없이 출점이 늘수록 본사 이익이 커지는 ‘역(逆)상생 구조’가 자리잡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편의점 업계는 여전히 ‘상권 거리제한 자율규약’을 통해 출점을 조정하며 동일 상권 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반면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거리제한 폐지 이후 자율규제가 없어 상권 포화와 매출 잠식이 심화되고 있다.

허영 의원은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14년 전 거리제한 규제가 폐지된 뒤 무제한 출점 경쟁으로 흘러왔다”며 “본사는 단기적 점포 확장 경쟁을 중단하고, 상권 포화도와 거리 제한을 반영한 자율규제 기준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