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화학부지 불소 기준 완화해 부영주택에 특혜?
20년 끌던 진해화학 부지 오염 정화 ...‘봐주기? 적법? 논란
창원시가 20년째 정화가 지연되고 있는 옛 진해화학 공장 부지에 토양오염 정화명령을 내리면서 개정된 ‘완화 기준’을 소급 적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다.
환경단체는 “명백한 법 위반이자 기업 특혜”라고 반발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자체의 재량을 넘어선 행정 남용”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가 된 곳은 창원시 진해구 장천동 일대 15만㎡ 규모의 옛 진해화학 부지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진해화학 부지에 대한 토양 정밀 조사 결과, 오염 면적은 51만4718㎡(공장 지역 23만7832㎡), 폐석고 처리 물량은 지하 8m까지 65만㎥, 정화가 필요한 석고수는 약 30만㎥에 달했다.
당시 카드뮴, 납, 아연, 니켈, 불소, 석유계 총탄화수소 등 6개 항목이 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했으며, 정화 비용은 600억원 규모로 추정됐다.
그런데 창원시는 지난 8월 부영주택에 정화명령을 내리며 불소 기준을 기존 400mg/kg에서 800mg/kg으로 완화된 개정 기준을 적용했다.
이에 환경단체는 “2007년부터 정화명령이 내려진 부지에 2025년 8월부터 시행되는 신기준을 적용한 것은 명백한 소급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시는 “환경부의 유권해석에 따른 적법한 행정 조치”라는 입장이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22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시는 오염된 땅을 시민에게 돌려주기보다 기업의 정화 부담만 덜어주는 선택을 했다”며 “시민의 토양환경권을 침해하고 부영주택에 수백억 원대 특혜를 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창원시는 지난 20년간 총 10차례 정화명령을 내렸지만 실질적인 정화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법상 토양정화명령의 이행 기간은 최대 4년(2년 + 1년 연장 2회)에 불과하지만, 시는 반복된 행정명령만 내놓으며 사실상 감독 기능을 방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조사 결과의 신뢰성이다. 2015년 조사 당시 오염층은 지하 8m 수준으로 파악됐으나, 올해 추가 조사에서는 오염 깊이가 15m로 드러났다.
초기 조사와 행정 검증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창원시 관계자는 “당시 조사에서도 15m까지 조사된 것으로 서류상 확인했다”며 “검증 방법에서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창원시 행정의 신뢰가 이미 바닥”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진해 지역 한 주민은 “공장 부지는 수년간 아무런 조치도 없이 방치돼 왔다. 이제 와서 기준을 완화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시민을 두 번 모욕하는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도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한 국회 환경노동위원은 “토양정화 명령의 법적 시점을 무시한 행정행위는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지자체의 환경 행정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유권해석에 따라 합법적 절차를 밟았으며, 시민단체와 협의회를 통해 정화 계획을 지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불소 기준 완화 결정 당시 민간협의회가 어떤 입장을 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진해화학 부지는 부영주택의 도시개발사업 부지에 포함돼 있다.
불소 기준 완화로 정화 범위가 줄어들면 정화비용만 최소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단체는 “창원시가 사실상 기업의 이익을 대변했다”며 “정화명령을 즉시 재검토하고, 모든 조사자료와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창원시민들 사이에서는 시 행정 전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진해의 한 주민은 “전임 시장 시절부터 이어진 정책 실패의 후유증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감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액화수소 클러스터, 빅트리 프로젝트, 맘스프리존, 마산 인공섬 조성사업 등등 굵직한 현안마다 결과적으로 시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주민은 “창원시는 늘 ‘미래 산업’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시민의 삶과 환경이 뒷전이었다. 이번 사태는 시 행정이 어디까지 신뢰를 잃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창원시는 불소 기준완화 결정의 전 과정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행정 신뢰를 회복하려면 기업이 아니라 시민을 먼저 바라보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