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2025] 尹정부 R&D 예산 삭감에 매몰비용 3560억…기초·신진 연구자 직격탄
31개 전 부처 전수조사 결과 중기부 705억 최다·과기정통부 중단 과제 78%가 기초연구 권향엽 "R&D 생태계 복원 위해 입법 추진"
윤석열 정부가 2024년부터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최근 2년 동안 발생한 매몰비용만 3560억 4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의원실이 전 부처를 대상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2025년 31개 부처의 매몰비용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몰비용이 100억원을 넘는 부처만 6곳에 달했다. 부처별로는 △중소벤처기업부 705억 6800만원 △방위사업청 691억 8900만원 △산업통상자원부 637억 8100만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614억 7300만원 △국토교통부 380억 1800만원 △국무조정실 286억 5100만원 순이다.
특히 과기정통부에서 중단된 68개 과제 중 기초연구 분야는 53개로 전체의 77.94%에 달했다. ‘4세대 유전자 교정기술 개발’, ‘차세대 이차전지 급속 충전 기술’ 등 글로벌 기술경쟁에서 핵심이 될 연구들이 중도에 멈췄다.
이 여파는 신진 연구자들에게 직격으로 작용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자연·생명과학 연구직, 정보통신 연구개발직, 공학기술직 구직급여 신청자 수는 2만8092명으로 전년 대비 30.6% 증가했다. 연구 기반 붕괴가 청년 연구 인력 이탈을 촉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 분야 피해도 가장 컸다. 중기부의 R&D 매몰비용은 705억원으로, △선박용 배출가스 저감 하이브리드 발전 시스템 개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공정용 결함 검출 장비 개발 △초고순도 불산 국산 양산 기술 등 기술 자립·미래 먹거리 과제가 줄줄이 중단됐다.
이동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원장은 "글로벌 경쟁국은 R&D를 전략적으로 확대하는 반면 한국은 스스로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감염병 대응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다. 방위사업청에서는 691억원 규모의 △미래 국방기술 과제가, 산업부에서는 637억원 규모의 △바이오·에너지 분야 연구가 중단됐다. △야전 바이오매스 에너지 생산 기술 △무인자율 작전용 초소형 자이로 기술 등 국가안보 핵심 기술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톱다운 예산 배분체계가 연구기관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법'에 연구기관의 예산·집행 자율권이 명시되지 않아 장기 연구가 매년 조정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대표는 "R&D는 최소 5~10년 단위로 성과가 나오는데, 정치 일정에 따라 재원이 흔들리는 구조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권향엽 의원은 "윤석열이 무너뜨린 R&D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올해 예산 심사부터 바로잡겠다"며 "과기출연기관법 개정 등 제도개선을 입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