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 세계중요농업유산 등

전통 어업의 생태 보전·문화 가치 세계가 인정 일본 미요시정과 국제 교류 협약 체결

2025-11-04     김기환 기자
하승철 하동군수(앞줄 왼쪽 여섯 번째)를 비롯한 하동군 대표단이 이탈리아 로마 FAO 본부에서 열린 세계중요농업유산 인증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동군 제공

경상남도 하동군의 ‘섬진강 하구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으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하동군 대표단은 지난 10월 31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 FAO 본부에서 열린 인증서 수여식에 참석해,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의 등재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영예를 안았다.

‘재첩잡이 손틀어업’은 오랜 세월 하동 섬진강 일대에서 이어져 온 전통 어업 방식으로, 사람이 직접 강물에 들어가 대나무로 엮은 거랭이(현재는 스테인리스로 대체)를 이용해 강바닥을 긁어 재첩을 채취하는 독특한 어법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생태계를 보전하는 지속가능 어업으로, 지역 공동체의 경제적 자립과 문화적 정체성을 지켜온 대표적 생태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등재는 서류심사와 현지 실사를 거쳐 지난 2023년 7월 FAO 공식 웹사이트에 등재된 이후 열린 첫 공식 인증 행사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브라질, 상투메, 멕시코, 스페인 등 14개국의 신규 등재 지역이 함께 인증서를 받으며 전통 농어업 시스템 보전과 생물다양성 보호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하동군은 이번 등재를 계기로 △재첩 생산·유통 체계 현대화 △채취·가공 단계 위생 관리 강화 △재첩 가공품 개발 및 유통망 확대 △재첩 체험형 관광과 생태탐방 프로그램 확충 등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청소년 대상 생태교육과 국내외 학술 교류, 하동 재첩 브랜드 홍보도 강화한다.

특히 군은 FAO 방문 기간 중인 10월 30일, 같은 해 GIAHS에 등재된 일본 미요시정(정장 하야시 이사오)과 ‘우호도시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FAO 창립 80주년 기념 공식 부대행사(Side Event)로 진행됐으며, FAO 및 GIAHS 사무국 관계자, 인증국 대표단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양 도시는 각각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과 ‘무사시노 낙엽퇴비농법’이라는 전통 농업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농업·기술·교육·문화 분야의 협력 확대를 위한 실질적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군은 또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을 방문해 하동차의 유럽 홍보 방안을 논의하고, 전시·시음회 등 문화행사 추진을 협의했다. 앞서 하동군은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로마 포르타 카페나 공원에서 열린 ‘제1회 FAO 글로벌 전시회(From Seeds to Foods)’에도 참가해 하동차 시음 부스를 운영하며 현지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하승철 하동군수는 “세계중요농업유산 인증서를 직접 수여받고 일본 미요시정과 협약까지 체결하게 되어 매우 뜻깊다”며 “이번 인증을 계기로 하동 재첩의 세계화와 전통어업의 세대 전승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호도시 협약을 통해 청소년, 민간,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교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은 FAO가 세계 각국의 전통 농업 시스템, 생태, 경관 및 농촌 공동체의 보전 가치를 인정해 지정하는 국제 인증 제도로, 하동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은 우리나라에서 6번째이자 어업 분야 최초로 등재됐다.

[스트레이트뉴스 경남=김기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