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호황에 웃은 대주주들
삼성생명 특별계정 연초부터 84만주 순매도 금산법 규정 따라 2000억대 블록딜도 총수일가도 상속세 마련 용도 1조원대 매각 10조원 자사주 조기 취득…“8.4조 소각 예정”
삼성전자 주가 폭등 속에 삼성생명 등 대주주는 대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블록딜한 총수일가를 비롯해 삼성전자 자사주 이익소각에 따라 금산법상 추가 매도가 예상되는 금융 계열사 등의 이해관계가 공교롭게 증시 호황과 맞물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연초 5만원대에서 최근 11만원대까지 상승률이 100%를 넘어 상당한 시세차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자사주 소각도 병행하고 있어 삼성생명 등이 주식을 팔아도 지분율이 보전되는 효과가 있다. 보통 중소형주의 경우 이익소각과 대주주 매도가 병행되며 ‘핑퐁거래’가 의심되는 사례도 있지만,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대주주 지분이 작고 일반주주 비중이 큰 대형 ‘국민주’다.
가장 최근 공시 기준 삼성생명보험의 삼성전자 자기계정 보유 주식은 8.51%다. 특별계정(고객계정)은 0.08%다. 삼성화재는 자기계정 1.49%를 보유하고 있다. 특별계정을 제외하고 합산하면 금산법 규정인 10%(금융 계열사 합산 지분 한도)다. 업계는 일반적인 법리 해석과 관행에 따라 금산법 적용 대상에서 특별계정을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법상으로 특별계정을 제외할 명확한 근거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은 지난 2월 블록딜로 약 2337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했다.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에 따라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금산법 규정 10%를 지키기 위해 매도한 것이다. 처분 주식 수는 425만여주였다. 주당 매도가는 5만4976원으로 계산된다. 삼성화재도 408억5288만원 규모에 74만4104주를 블록딜 매각했다. 이들은 요즘 주가에 비하면 상대적 저점에 팔았지만 삼성전자는 근래 추가로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라 고점에서도 추가 매각이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생명 특별계정은 장내매매로 주식을 활발히 팔았다. 10월31일 공시 기준 특별계정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 수는 약 458만주다. 올들어 최초 공시일인 1월24일 기준 특별계정은 542만주였다. 순매도 주식은 84만주다.
연초 주가가 5만원에서 최근일 10만원까지 선형적으로 올랐다고 가정하면 평균 매도 단가는 7만5000원이다. 순매도량 84만주의 추정 평균 거래 금액은 630억원이 된다. 매입 단가를 5만원으로 가정하고 시세차익을 계산하면 주당 2만5000원, 84만주 기준 추정 평균 시세 차익은 210억원이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총수일가도 지난달 30일 장 마감 후 블록딜로 삼성전자 주식 총 1771만6000주를 팔았다. 주당 매각가는 10만원대로 매각 규모는 2조원 가까이 됐다. 이들은 연부연납 중인 상속세 자금 마련 목적에서 블록딜했다.
이처럼 매도한 주식들은 삼성전자가 이익소각을 지속하면서 일부 보전된다. 그간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취득해 매도물량을 받아준 효과도 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총 10조원 자사주 취득계획을 공시한 바 있다.
최근 3분기 컨퍼런스콜에 삼성전자는 “지난 9월29일 기준 10조원 자사주 전량을 당초 계획보다 조기 취득 완료했다”며 “짧은 기간에 집중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유 자사주 중 임직원 보상용(1조6000억원 규모)을 제외한 나머지 자사주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소각(8조4000억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