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해운업황 꺾여…인수도 이전도 꼬인다

2조원 이익소각에도 주가 지지부진 업황 둔화 전망에 매각 셈법도 복잡해져 “매각 지연 시 이전 탄력…이전 후 인수자도 메리트”

2025-11-11     이재영 기자
HMM 주력 컨테이너 운송 업황이 둔화돼 매각 셈법도 꼬였다. HMM 컨테이너선.

내년 해운업황이 부진해 HMM 매각을 두고 매수자와 채권단의 입장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본사 부산 이전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얽혔다.

업황 부진은 HMM의 매각가를 떨어뜨려 인수합병(M&A)을 지연시킬 수 있는데, 대신 채권단과 정부의 영향력이 남아 부산 이전 논의는 탄력받을 수 있다. 부산 지역사회는 이전 후 매각하면 인수자 입장에서 정부의 간섭을 받을 위험이 줄고, 북극 항로 개척을 위한 정책 지원과 물류 효율 증대 등 메리트가 커져 채권단의 공적자금 회수도 수월할 것이라고 재촉하는 중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최근 2조1432억원 규모의 이익소각을 종료했다. 이로써 한국산업은행은 32.6%서 35.42%로, 한국해양진흥공사는 32.28%서 35.08%로 지분율이 상승했다.

이번 이익소각은 주가를 지지해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고 모든 주주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주주환원의 명분을 챙기면서 공적 자금(출자전환, 영구채 등)을 회수하는 효과까지 얻을 복안이다. 소각으로 전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향후 HMM 경영권 매각 시 인수 후보자가 확보해야 할 지분 부담도 감소한다.

그런데 정작 HMM 주가는 부진하다. 최근 2개월 새 가파른 하락세 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엔 업황 요인이 커 보인다. 최근 해운업은 세계 경기둔화, 신조선 공급 등으로 시황이 하락했다. 저성장 기조는 내년까지 이어져 시황 회복도 더딜 전망이다. HMM의 매출 비중 84.6%를 차지하는 컨테이너 운송의 경우 많은 신조선 인도로 3분기까지 빠른 운임하락 추세가 지속됐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6년에도 신조선 물량의 지속적 인도와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부진으로 시황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업황 악화 전망은 매각 셈법을 복잡하게 한다. 업황이 꺾이자 매수자는 저가 인수 동기가 강해졌다. 시간을 끌수록 인수 가격을 낮출 수 있으며, 협상 우위를 점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실제 포스코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MM 인수 검토는 초기단계, 정해진 바 없다”고 거리감을 보였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해운업황이 부진하면 HMM의 기업가치가 하락해 투자 회수 동력이 약해진다. 매각 시기와 가격을 두고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적격 인수자가 없으면 무리해서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제기한 바 있다.

해운협회와 기존 해운업계는 포스코 인수에 강력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형 화주(포스코)가 선사를 직접 소유할 경우 기존 해운사들의 일감이 줄어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우려다.

HMM 내부에선 매각 자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육상노조는 부산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북극항로 개척을 이유로 부산 이전을 추진 중이다.

HMM이 민간에 매각되면 부산 이전은 더욱 강제하기 어려워진다. M&A와 부산 이전을 두고 정부와 채권단, 포스코 등 인수자, HMM 안팎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국면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이 어려워지면 이전은 탄력받을 수 있다”며 “내부 이전 반발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협상력과 정책 추진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에서 제시하는 이전 후 매각 시나리오는 매수자 입장에서 노조와의 분쟁을 피할 수 있고 정책적 지원과 항만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 장기적인 시너지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짚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