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에서] AI 강국의 조건 : 운영체제를 선점하라

2025-11-13     최민성 델코리얼티 회장
최민성 델코리얼리티 회장

한때 인공지능(AI) 경쟁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기업들은 앞다퉈 GPU를 쌓아 올리고,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며 ‘컴퓨팅 파워’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이제 판이 바뀌었다. AI는 단순 계산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며 최적화하는 ‘지능형 운영체제(AI OS)’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유하자면, 큰 집을 짓는 데만 몰두하던 시대에서, 그 집을 얼마나 스마트하게 운영하느냐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GPU만으로는 부족하다 : 효율의 시대


GPU가 아무리 많아도 에너지 낭비와 관리 부담은 피할 수 없다. AI가 자율적으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판단하려면 운영체제 수준의 지능이 필요하다. 이를 감지한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엔비디아(NVIDIA) 는 ‘AI 엔터프라이즈(AI Enterprise)’를 통해 모델 배포를 간소화했고,  수세(SUSE) 와  레드햇(Red Hat) 은 기존 리눅스 운영체제에 AI 기능을 접목해 ‘자율형 AI OS’를 개발 중이다.  배스트데이터(VAST Data) 는 학습과 추론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선보이며, SK텔레콤, LG, 현대차그룹, 그리고  일론 머스크(Elon Musk) 의 xAI에까지 공급하고 있다.


OS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AI 전략


하드웨어 강자였던 엔비디아가 소프트웨어로 확장하고, 빅테크 기업들은 운영체제를 AI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애플(Apple) 은 아이폰 운영체제(iOS)에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는 윈도우에 ‘코파일럿+PC(Copilot+PC)’를,  구글(Google) 은 안드로이드(Android)에 ‘제미나이(Gemini)’를 탑재했다.

이제는 단순한 하드웨어 규모 경쟁이 아니라, 효율성과 자율성을 중심으로 한 운영체제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 AI가 스스로 판단하는 시대에, 운영체제 없이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한국의 선택 :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한국은 AI 인프라에 수조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 와  SK하이닉스(SK hynix) 의 반도체 생산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여전히 ‘큰 컴퓨터 쌓기’에 머물러 있다면, 글로벌 흐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AI OS 개발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경제적·주권적 관점에서도 필수적이다. GPU와 운영체제를 통합한 솔루션을 갖추지 못하면, 엔비디아 같은 기업에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다.  삼성 타이젠(Tizen) 이나 네이버(NAVER) 클로바(Clova) 기반의 자체 운영체제를 강화하면, 플랫폼 수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스마트 공장, 자율주행 등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AI OS로 효율화하면, 한국은 제조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반대로 늦어진다면,  화웨이(Huawei) 의  하모니OS(HarmonyOS) 나 미국 빅테크에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기술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다


AI OS는 대형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과 연동해 효율을 40~50%까지 높일 수 있다. 한국의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소비가 늘고 있지만, 운영체제 도입을 통해 2050 탄소중립 목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카카오(Kakao) 와 네이버가 자체 AI 모델인 코GPT나  하이퍼클로바(HyperClova) 를 운영체제에 통합하면, 스마트폰이나 기기 안에서 직접 작동하는 AI를 구현할 수 있다. 이는 에너지 절감과 성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다.


인재와 정책 : AI OS 생태계의 기반


AI OS 개발의 가장 큰 장애물은 소프트웨어 인재 부족이다. 대학과 기업의 협력, 해외 인재 유치가 시급하다. 개인정보 보호법과 연계한 ‘안전한 AI OS’ 개발은 한국의 강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AI 인프라에 1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운영체제 전략은 아직 미흡하다. 국가 차원의 AI OS 플랫폼을 구축해 중소기업도 쉽게 AI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AI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재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필수다.

고령화가 심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AI OS를 헬스케어나 스마트시티에 적용하면 사회적 가치도 높일 수 있다.


K-AI 미래, 운영체제에 있다


한국은 하드웨어 강국에서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진화해야 한다. 외국 운영체제에 계속 의존한다면, 데이터 주권을 잃을 위험이 크다. 글로벌 전문기업과 협력하면서도 자체 개발을 서두른다면,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이 흐름을 타면, 한국은 2030년 AI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후발주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AI의 미래는 운영체제에 있다. 지금이 움직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