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희망퇴직 확산…인력 구조조정 흐름 어디로
최근 두 달 사이 코리아세븐, 롯데칠성음료, 롯데멤버스 희망퇴직 실시 쇼핑·하이마트 등 추가 조정설 확산…3년 실적 부진에 구조 압박 커져 디지털 전환·고정비 부담에 연말 인사 앞둔 ‘선제 정리’ 가능성도 제기
최근 두 달 사이 코리아세븐, 롯데칠성음료, 롯데멤버스가 잇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롯데그룹 전반에 구조조정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식품·편의점·데이터 계열을 가리지 않는 연쇄적 인력 슬림화에 내부에서는 “추가 인력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이례적인 만큼 “희망퇴직의 칼날이 아직 멈추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멤버스는 전날 사내 공지를 통해 2015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롯데그룹 근속 5년 이상이면서 45세 이상(1982년 이전 출생) 직원이다. 퇴직 위로금은 근속 기간에 따라 기본급 30~36개월 수준으로 차등 지급한다. 근속 5~14년은 30개월, 15~24년은 33개월, 25년 이상은 36개월이다.
롯데멤버스 측은 “이번 희망퇴직은 인위적 구조 조정이 아닌 자발적 신청에 기반한 것”이라며 “AI(인공지능) 도입이 가속화하는 환경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적 쇄신을 통해 변화하는 대외 환경에 선제 대응하고 향후 투자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롯데멤버스까지 희망퇴직에 나서면서 구조조정 흐름은 특정 사업군을 넘어 그룹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앞서 코리아세븐과 롯데칠성음료도 지난달과 이달 초 각각 인력 조정을 단행했다.
특히 롯데멤버스는 그룹의 통합 멤버십 플랫폼을 운영하는 핵심 데이터 계열사라는 점에서 이번 희망퇴직 결정이 갖는 상징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디지털·데이터 조직까지 조정 대상에 포함된 만큼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사업 체질 전반을 재정비하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 롯데쇼핑·롯데하이마트로 번지는 조직 슬림화 가능성
이러한 분위기 속에 업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추가 조정 가능성이 있는 계열사로 확산되고 있다. 공통적으로 지목되는 곳은 수익성이 약화됐거나 고정비 부담이 큰 사업군이다.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곳은 롯데쇼핑이다. 백화점·마트·슈퍼·온라인몰 등 그룹 유통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부문의 부진이 누적되며 구조적 한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쇼핑의 최근 3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뚜렷한 약화 흐름을 보인다. 연결 매출은 2022년 15조4760억원에서 2023년 14조5558억원으로 5.9% 줄었다. 이어 지난해는 13조9865억원으로 다시 3.9% 감소하며 3년 연속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백화점 부문의 선방으로 2023년 일시적으로 개선됐지만 지난해 다시 줄며 체질적 불안정성이 확인됐다.
당기순이익 변동 폭은 더 컸다. 2022년 –3186억원에서 2023년 1691억원으로 흑자전환했으나 지난해는 –9940억원 적자폭을 키우며 급반전했다.
롯데하이마트도 구조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제조사 직판 강화와 e커머스 확대 등 시장 구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사업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실제 실적도 이 흐름을 반영한다.
하이마트의 연결 매출은 2022년 3조3368억원에서 2023년 2조6101억원으로 21.0% 감소했고, 지난해는 2조3566억원으로 다시 9.8% 줄어 3년 연속 하락했다. 영업이익도 2022년 –520억원에서 2023년 82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지난해 17억원 수준에 그치며 개선세가 이어지지 못했다.
당기순이익 적자 폭은 더 컸다. 2022년 –5278억원에서 2023년 –353억 원으로 손실이 크게 줄었지만, 2024년에는 –3053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오프라인 점포 효율성 악화와 고정비 부담이 누적되며 손익 변동성이 커지는 구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가전 유통 시장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점포 기반 모델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며 “지속적인 매출 감소와 대규모 순손실은 인력 조정이나 조직 재편 논의를 피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내수 부진과 온라인 경쟁 심화...디지털 전환으로 그룹 슬림화 경영 기조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후보군 논의가 확산되는 이유가 개별 계열사의 실적 부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롯데의 주력 사업인 유통·가전·편의점 부문에서 내수 부진과 온라인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것이 근본적 배경이라는 것이다. 고정비 비중이 높은 마트·슈퍼·가전 유통은 매출이 소폭 줄어도 이익이 급격히 떨어지는 구조여서 인력 효율화 압력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전환 역시 영향을 미쳤다. 롯데ON 통합, 자동화 물류센터 확대, 데이터 고도화 등 디지털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오프라인 조직과 IT·데이터 조직 간 역할 중복이 발생했고 자연스럽게 기능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그룹 차원의 경영 기조 변화도 작용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강조해온 ‘슬림 조직·성과 중심’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점포 축소, 사업 정리, 조직 통합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이에 따라 인력 축소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희망퇴직이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전사적 사업 재편 과정의 일부라고 본다. 오프라인 중심 유통 구조의 성장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을 위해 인력 재배치·점포 축소·조직 통합이 불가피한 과도기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롯데쇼핑·하이마트·일부 데이터 계열에서 추가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 유통기업들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 효율화를 진행했던 것처럼, 롯데 역시 ‘체질 개선’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희망퇴직이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앞둔 ‘사전 정리’의 성격도 강하다고 보고 있다. 매년 말~연초에 걸쳐 계열사별 인사 조정과 조직 개편이 이뤄지는 만큼, 올해는 중복 조직을 정리하고 비용 부담을 선제적으로 줄여놓으려는 움직임이 맞물렸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과 점포 구조조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인력 재배치 수요가 커지고 있어, 연말 인사를 앞두고 구조조정이 먼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