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전력 사업 승부수…성장 골든타임 잡는다
LS, 창립 후 첫 연간 매출 30조원 달성 전망 전선·전력기기 초호황기 속 투자 확대 집중
AI(인공지능) 산업 고도화로 글로벌 전력 인프라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LS그룹이 투자를 지속하며 전력 사업 성장세를 가속하고 있다.
그룹 전력사업 핵심 계열사인 LS전선·LS일렉트릭을 중심으로 북미·유럽·동남아 시장에서 생산 거점을 확충하며 '전력 인프라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려는 모습이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S그룹 지주사 (주)LS의 올해 3분기 매출은 7조5441억원, 영업이익은 2499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41.2%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주)LS의 추산 연간 매출은 30조423억원으로 사상 최초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 27조5447억원을 기록했다.
(주)LS의 연간 영업이익은 1조64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2년 영업이익 1조2040억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가운데 올해도 무난하게 1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LS그룹의 이 같은 성장은 AI 산업 고도화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전력 소비가 폭증하며 초고압 케이블·변압기·전력기기 등 전력 인프라 산업이 슈퍼사이클을 맞이한 덕분이다. AI 서버 설비가 빠르게 늘면서 해저케이블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LS는 지금이 전력사업 '투자 적기'라는 판단 하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나서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먼저 최대 성장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전력 인프라 부문에 약 30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북미 공략에 속도를 낸다.
LS그룹의 전선 사업 계열사 LS전선은 미국 자회사 LS 그린링크 USA를 통해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에 현지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7년 준공을 마친 뒤 2028년 상반기부터 해저케이블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LS전선이 현재까지 미국 해저케이블 공장에 투입한 자금은 약 9500만달러(약 1400억원)으로, 공장 준공 시점까지 약 5억1500만달러(75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이 추가로 소요될 예정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 도래 및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며 LS전선이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 현지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해저케이블 공장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LS전선은 지난달 15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미국 해저케이블 공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해상풍력 프로젝트 참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LS전선은 최근 2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도 발행했다. 해당 교환사채는 LS전선이 보유한 LS마린솔루션 주식 773만6943주를 교환 대상으로 한다.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 투자금은 해상풍력과 해저케이블 관련 설비 투자에 활용한다. LS마린솔루션은 현재 HVDC(초고압직류송전) 전용 포설선 건조에 착수했다. 해당 선박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과 북미·유럽 해상풍력 프로젝트 등 초장거리 해저망 구축에 투입될 핵심 장비로 꼽힌다.
LS그룹의 전력기기 계열사인 LS일렉트릭은 역시 전력 인프라 초호황기 호재를 누리는 중으로, 이에 올해 3분기 매출 1조2163억원과 영업이익 100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9.1%, 51.7% 증가한 수치다.
LS일렉트릭은 지난달 31일 19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중 1100억원은 다음달 원재료 매입 대금으로 사용할 예정으로,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다.
이처럼 수주 증가로 생산량 확대가 필요한 데 따라 LS일렉트릭도 생산 능력 확충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부산 초고압 변압기 신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해당 증설에는 총 1008억원이 투입됐다.
이와 함께 LS그룹은 전력슈퍼사이클을 기회로 삼아 미국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의 IPO(기업공개)도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다. 에식스솔루션즈는 지난 7일 코스피 상장을 위해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미국 내 변압기의 약 70%가 교체 시점에 도달하며 변압기용 특수 권선(CTC)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CTC 글로벌 1위 기업인 에식스솔루션즈가 상장을 통해 생산라인 확대와 시장 주도력 강화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에식스솔루션즈 IPO 추진을 놓고 '중복상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기도 하나 LS는 AI·전력 인프라 초호황기라는 시장 환경을 고려해 공격적으로 자금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LS그룹 관계자는 "기존 사업 분할을 통한 물적분할 상장과는 다른 구조"라며 "에식스솔루션즈는 미국 현지에서 M&A(인수합병)로 인수된 별도 법인이라 중복상장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LS는 그룹의 2030 비전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한 상태로, 미국·유럽·동남아에 걸친 생산 및 연구 네트워크 확장, 해저케이블·HVDC·변압기 등 미래 전력망 핵심 분야 투자를 이어가며 비전 달성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LS가 글로벌 전력 인프라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력 산업은 일시적 호황이 아닌 명확한 장기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