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Y] 뚜껑 절반 열린 금투협회장 선거전…기상도는?
17일 연임 발표 서유석 현 회장, 증권, 운용 양수겹장...지난 3년 평가 관건 엘리트 관료 출신 이현승, 소형사 출신 황성엽…현직 프리미엄 넘어설까
오는 19일 오전 10시 마감하는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후보자 공모를 앞두고 현직인 서유석 회장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금융투자협회의 전신인 증권업협회의 마지막 회장을 지내고 초대 금투협회장을 연이어 지낸 황건호 회장을 제외하곤 첫 연임 도전입니다. 의외의 복병이 나올 시간이 48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빅3 후보자들에 대한 판세 분석이 여의도에서 이뤄지는 분위기입니다.
17일 오전 서유석 회장은 금융투자협회 출입기자들에게 협회 인근 카페에서 간담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자신의 차기 협회장 입후보를 공식화하기 위한 자리로, 협회의 공식 홍보라인을 통하지 않은 개인 자격으로 추진한 자리였습니다.
그동안 서 회장은 차기 회장선거 입후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업권에서는 입후보 쪽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했고, 결과적으로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서 회장은 이날 “회원사 대표들에게 연임에 대한 의견을 타진했다”며, “그 결과 (향후) 3년 동안 실질적 성과를 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 회장은 3년 전 회장 최초 출마 당시에도 “업계 CEO들에게 가능성과 의견을 물었고, 그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얻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임박해서 출마의 변을 내놓은 것에 대해, “뜻을 밝히는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고 자신이 나설 자리인지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한 증권사 사장은 “서 회장이 연임의 뜻을 밝히는 것이 자칫 개인적 욕심으로 비추지 않을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며, “다만 정부가 코스피 5000으로 가는 다리의 절반을 건넌 상황에서, 자신이 3년간 업계와 금융당국 사이에서 쌓은 네트워크 활용 필요성을 더 높게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현재까지 출마의 뜻을 공식화한 후보예정자는 총 3명입니다. 회추위가 이미 입후보한 후보자가 더 있는지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라 다른 인물이 복병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또 선거때마다 의외의 인물들이 입후보해온 전례가 있지만 이른바 ‘숏 리스트’까지 살아남을 후보들의 가시화는 일단락 났다고 보여집니다.
빅3 후보들의 면면은 경력과 색깔이 모두 다릅니다. 이번 선거전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입니다.
◆ 황성엽(신영증권), 서울대 경영 82학번으로 사장단 모임 주도…중소형사 출신은 약점
먼저 신영증권 황성엽 사장은 63년생으로 오랫동안 여의도를 주름잡아온 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 멤버입니다. 이번 선거 하마평에 올랐던 전임 증권CEO들이 모두 과동기 입니다. 출마의 뜻을 접을 것으로 알려진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 NH투자증권 대표를 지내고 메리츠증권 고문으로 있는 정영채 전 대표 등이 모두 서울대 경영학과 동기동창입니다. 현재 황 대표가 이끌고 있는 23개 금융투자회사 정기모임의 전임 회장인 김신 SKS PE 대표(전 SK증권 대표)도 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입니다.
한 증권사 대표는 “이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황 대표를 지지한다면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서울대 경영 82학번이 오랜 CEO 기간을 거쳐 협회장 자리까지 차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반감 역시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증권사 대표는 “투표가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도 따지지만, 업계 발전과 후보자에 대한 역량 평가도 무시할 수 없다”며, “신영이라는 중소형사에서 뚜렷한 리테일 기반 경험도,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IB경험도 없는 분에게 표를 많이 가진 대형사들이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황 대표도 출마의 변을 통해 “작지만 누구보다 잘 듣고 반드시 실천하는 협회장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황 대표는 지난해 3월 금융투자협회 회원이사를 맡아오며 출마를 위한 ‘빌드업’을 진행해왔습니다.
◆ 이현승(前 SK증권·KB운용), 행정고시 출신 재경부 경험…최근 경력 공백은 약점
황성엽 대표의 서울대 경영 2년 후배인 이현승 전 SK증권 및 KB운용 사장은 행정고시를 거쳐 재정경제부 사무관과 서기관을 지나 업계에 입문했습니다. 금투협회장 자리가 대관능력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주요 증권사, 운용사를 넘나들며 다양한 경력을 가진 것이 장점입니다.
다만 KB자산운용 대표를 끝으로 2024년 이후 이른바 메이저 금융회사 자리를 떠나 있었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됩니다. 그럼에도 2023년 부터 금융투자협회 비상근부회장을 하며 업계의 끈을 놓지 않았고, 역시 같은 시기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당국과의 소통에도 적극성을 보여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민간을 아우르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것이 투표권자인 CEO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가 관건”이라며, “증권사와 운용사 사장, 외국계 금융사 및 컨설팅사등에서 일한 경험 등 풍부한 인적 자산이 최근의 공백을 덮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 서유석(현 금투협회장), 1등 증권사와 운용사 거친 백전노장…지난 3년 평가에 달려
임기 막판을 향해가는 서유석 회장의 강점은 1등 증권사와 운용사 대표를 모두 경험하고 지나 3년 당국과 소통할 수 기반을 닦아왔다는 점입니다. 본인 스스로도 협회장의 최고 덕목으로 업권을 대변할 수 있는 ‘대관능력’을 꼽으며 “주식 시장 골든타임에 리더십 연속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서 회장은 국내 대표 투신사인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을 거쳐 미래에셋증권 사장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했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2차 결선투표 없이 1차에서 65.64%의 득표율을 보인 데에는 많은 투표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에 기인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다만 3년전 후보자로서의 장점이 그대로 남아있을 지 여부는 현직 금융투자업계 사장단이 지난 3년간 서 회장이 걸어온 길을 어떻게 평가할 지에 달려 있습니다.
한 증권사 사장은 “서 회장이 재임 중 역대 회장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다만 지난 시간에 대한 평가는 늘 만족스러울 수 없고,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법이라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운용사 대표는 “서 회장 만큼 시장을 잘 알고 열심히 뛰는 사람은 앞으로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정부 정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금투업계가 그 영역을 넓히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무래도 현 회장은 프리미엄을 가질 수 밖에 없어 새로운 도전자들이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는냐에 투표 결과가 좌우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올해 말 임기는 끝나는 금투협회장 임기는 내년 1월부터 다시 3년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내달 초 최종 후보군이 추려지면 회원 총회 선출 투표로 차기 회장이 가려지게 됩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