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천 시몬스①] 천억 투자·3억5000만원 마네킹…시몬스 ‘수면 공장’ 속으로

수천 가지 품질 테스트·15년 보증…이천 들판에서 본 침대 한 장의 탄생

2025-11-18     박응서 기자
시몬스 물류센터. 생산 공장과 외부 노출 없이 직접 연결돼 있어 소비자에게로 연결된다. 박응서 기자

경기 이천 들판을 가르며 도착한 시몬스 팩토리움 입구. 붉은 외벽에 새겨진 커다란 ‘SIMMONS(시몬스)’ 글자 아래로 물류동 출고 도크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은 2017년 문을 연 시몬스의 생산·R&D·물류 통합 단지다. 약 7만4505제곱미터 부지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수면 연구 R&D 센터와 물류동, 매트리스 생산 시스템을 한 자리에 모았다.

시몬스 문화사업팀 양소라 큐레이터는 “전국으로 나가는 시몬스 침대가 모두 이곳에서 태어나고, 같은 공간에서 검증을 거친 뒤 실내 물류동을 통해 출고된다”고 소개했다.

11월 17일 오후 4시쯤 기자단이 경기 이천에 위치한 시몬스 팩토리움을 방문했다. 기자단이 2층의 수면 연구 R&D 센터에 들어서자 거대한 롤러가 매트리스 위를 쉬지 않고 구르고 있었다. 시몬스는 미국 재료시험협회(ASTM) 기준 롤러 무게 109kg보다 무거운 140kg 롤러를 자체 제작해 내구성 테스트를 진행한다. 롤러는 분당 15회 속도로 10만회 이상 매트리스 위를 오가며 원단 훼손, 내장재 줄음률, 스프링 휘어짐까지 시험한다.

양소라 큐레이터가 수면 연구 R&D 센터 입구에서 시몬스 침대 연구시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박응서 기자

그 옆에는 1990년대 ‘볼링공 광고’로 널리 알려진 낙하 충격 테스트와 사람이 옆에서 구를 때 전달되는 진동을 숫자로 보여주는 매트리스 진동 시험기가 움직였다. 이들도 시몬스가 직접 개발해 특허를 등록한 장비다.

“시몬스에서 생산되는 전 제품은 원자재 준비부터 완제품 검수까지 수천 가지 품질 관리 항목을 통과해야만 출시된다. 어디에서도 강제하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침대에 진심인 사람들이 집념으로 쌓은 기준이다.”

양 큐레이터는 이렇게 설명했다. R&D 센터 1층은 라돈·토론 측정실과 극한 내구성 시험실 등 민감한 연구 공간으로 평소에는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다. 이날은 취재진에 한해 극한 환경을 재현한 시험 설비까지 공개했다.

3억5000만원짜리 연구용 인체 마네킹이 누워 있는 인공 기후실은 R&D 센터의 상징 같은 공간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33개 센서를 부착한 마네킹은 온도와 습도, 체압 분포를 세밀하게 측정한다. 온도·습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챔버 안에서 계절과 기후에 따라 안방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시뮬레이션하고, 최적의 보온성과 통기성을 구현할 소재와 내장재 조합을 찾는 실험이 반복된다.

이어 감성 과학 분석실에서는 취재진이 경도별 매트리스에 직접 누워 볼 수 있었고, 감지된 척추 형상과 체압 분포가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센터에서는 편안하고 오래가는 침대를 만들기 위해 ‘극한의 시험’을 계속하고 있었다. 수직 하중 시험기는 100kg 무게를 8만회 이상 매트리스에 떨어뜨려 충격에 따른 변형 정도를 확인한다. 바로 옆 스프링 내구성 시험기는 시몬스의 바나듐 포켓 스프링을 하루 20만회 이상 위아래로 압축해 총 1000만회 테스트를 반복한다.

시몬스 관계자는 “시중 스프링은 같은 테스트를 적용하면 10만회가 넘는 시점부터 끊어지거나 휘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바나듐 소재 스프링은 극한의 환경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시몬스는 전 제품 스프링에 대해 15년 무상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1990년대 ‘볼링공 광고’로 널리 알려진 낙하 충격 테스트. 왼쪽 사진처럼 볼링핀이 서 있는 상태에서 볼링공을 떨어뜨리자 오른쪽 사진과 같이 시몬스 포켓 스프링 매트리스는 볼링핀이 그대로 서 있는 반면 왼쪽 매트리스는 진동에 의해 볼링핀이 쓰러졌다. 박응서 기자

라돈·토론 측정실에서는 연세대학교·한국표준협회와 함께 개발한 장비로 매트리스 원자재와 완제품의 방사성 물질을 상시 측정한다. 시몬스는 2018년 라돈 사태 당시 한국표준협회로부터 라돈 안전 제품 인증을 받은 뒤 매년 인증을 갱신해오고 있다. 시몬스 관계자에 따르면 라돈과 유사한 발암물질인 토론에 대해서도 별도 인증을 받고 있으며, 불에 타지 않는 ‘난연 매트리스’와 환경부 친환경 인증까지 더해 ‘3대 안전 키워드’를 완성했다.

R&D 센터를 지나 전망 타워에 오르자 매트리스 자체 생산 시스템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약 4900평 규모 생산 라인에서는 포스코 경강선 바나듐 소재로 스프링을 성형하고, 이탈리아 이탈펠트로사의 고밀도 특수 부직포를 씌우는 공정, 탄력과 지지력이 다른 포켓 스프링을 적절히 배치하는 조닝(Zoning) 시스템, 프리미엄 내장재를 겹겹이 쌓는 레이어링(Layering) 시스템, 수작업 퀼팅과 이중 패킹까지 전 공정이 이어진다. 하루에 1000개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품질 유지를 위해 6~700개 이하로 생산량을 제한하고 있었다.

생산 현장은 예상보다 조용했다. 기자단 눈에 가장 많이 들어온 것은 대형 자동화 설비가 아니라 내장재를 손으로 정리해 넣고, 커버 옆단을 정성스레 퀼팅하는 작업자들의 모습이었다. 공장 천장 곳곳에는 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공조 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오폐수 없이 운영되는 클린 생산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완성된 매트리스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중 패킹을 거쳐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채 실내 통로로 물류동까지 이동한다. 양 큐레이터는 “시몬스는 물류동에서 전국 매장까지 배송·설치를 직접 수행해 브랜드 경험을 일원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몬스 테라스에서 1870년 위스콘신주 케노샤에서 9명의 엔지니어와 함께 침대 사업을 시작한 젤몬 시몬스의 작업실을 만날 수 있다. 박응서 기자

공장 견학에서 마지막 코스는 시몬스 브랜드 뮤지엄 ‘헤리티지 앨리’와 광고 아카이브 전시 공간이었다. 1870년 위스콘신주 케노샤에서 9명의 엔지니어와 함께 침대 사업을 시작한 젤몬 시몬스의 작업실, 젤몬 시몬스 2세가 1931년 오하이오 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와 함께 수면 패턴을 연구한 슬립 리서치 센터, 1925년 세계 최초 포켓 스프링 매트리스 특허를 취득한 기록이 한 줄로 이어진다. 100년이 넘는 침대 프레임과 매트리스, 각종 지면·TV 광고 자료가 “침대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숙면을 연구하는 회사”라는 시몬스를 대변하고 있었다.

공장 밖으로 나오자, 붉은 외벽 위 거대한 로고와 잔디정원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수천·수만 회 반복 실험과 1936가지 품질 항목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침대 한 장’이 만들어진다. 취재진이 팩토리움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롤러는 매트리스 위를 구르며, 마네킹은 온도와 습도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었다. 시몬스가 이천 들판에 세운 팩토리움은 브랜드가 내세우는 ‘수면 과학’과 ‘장인 정신’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천=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