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쿠팡 기사 사망 논란 확산…유족 "과로로 내몬 구조적 살인"
주 8일 연속 근무 정황…경찰 초동수사 혼선 노조 "아이디 돌려쓰기 강요, 과로방지 시스템 붕괴"
제주에서 새벽배송 업무 중 숨진 쿠팡 택배기사 고 오승용씨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유족 측이 직접 고인의 행적과 의무기록을 공개하며 "음주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진보당 쿠팡과로사대책위원회, 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관계자 및 유족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나서 구조적 살인의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건은 10일 새벽 제주시 오라동에서 발생했다. 고인은 오후 7시부터 배송 업무를 이어가다 다음날 오전 2시9분쯤 물류센터로 복귀하던 중 1t 탑차가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당일 오후 숨졌다.
노조가 분석한 고인의 근무 기록에 따르면 그는 주 평균 69시간, 야간근무 할증을 포함하면 83.4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을 지속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은 일각에서 제기된 "음주운전 가능성"을 강하게 반박했다. 고인의 아내 A씨는 "남편은 장례를 마친 뒤 가족과 함께 집에서 쉬었고 음주 정황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직후 병원 의무기록의 혈액 검사 결과에서도 음주 관련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며 "음주 의혹은 허위사실 유포이자 사자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동부경찰서 역시 "현장에서 술 냄새 등 의심 정황은 없었다"고 인정했으며 이후 "사고 당시 음주측정을 하지 못했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택배노조는 고인이 대리점 관리자 지시에 따라 다른 기사 아이디를 사용해 8일 연속 근무한 정황을 공개했다. 쿠팡 배송 앱은 동일 아이디의 주 7일 연속 로그인 제한 기능을 두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피하는 장치가 아닌 "우회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노조가 제시한 카카오톡 대화에는 관리자가 다른 기사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직접 전달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유족과 노동계는 음주 논란과 초동수사 혼선으로 인해 피해자 측이 스스로 무혐의를 입증해야 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로사 구조를 방치한 책임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단체와 의원들도 "재발 방지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쿠팡은 원청으로서 책임을 인정하고 장시간 야간 노동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정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