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유통그룹 리더십 진단] ①롯데 신동빈, 성장 멈추고 '생존' 모드 전환 본격화
2025년 한국 유통업계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와 소비심리 둔화로 사실상 ‘제로성장’의 한 해를 보냈다. 오프라인 채널은 역성장 압박을 받았고 온라인 역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제한적이었다. 글로벌 확장, 디지털 전환, 비용 효율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한 해의 흐름을 되짚어보며 주요 유통 대기업 총수와 경영진의 전략과 남긴 과제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올해 롯데그룹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위축이 겹치면서 유통·식품 등 핵심 사업군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특히 유통 부문의 오프라인 중심 구조가 약점으로 드러나며 매출 정체가 이어졌고, 식품·음료군 역시 시장 침체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그룹은 ‘효율화·실행력·성과 중심 경영’이라는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유통군은 소비 위축과 점포 경쟁력 약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쇼핑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6조80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889억원으로 10.5% 늘었다. 비용 절감과 재고·판관비 관리 등 ‘이익 방어 전략’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낸 셈이다. 그러나 백화점·마트·슈퍼 등 주력 채널의 성장 지표는 여전히 부진하다. 지역 점포 실적 악화와 온라인 경쟁 심화로 근본적인 사업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음료군은 그나마 선방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179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 증가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918억원으로 16.6% 늘었는데, 제로음료·프리미엄 음료 판매 증가와 해외 수출 확장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그럼에도 국내 음료 수요 감소와 주류 부문의 매출 하락은 부담으로 남아,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가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올해 롯데그룹의 경영 변화를 관통한 키워드는 조직 슬림화와 성과주의 강화다. 롯데웰푸드, 코리아세븐, 롯데칠성음료 등 유통·식품 계열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비용 구조를 재편한 데 이어,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전체 CEO의 약 36%를 교체하고 임원 수를 전년 대비 13% 줄이며 조직 효율성을 높였다. 지주사는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을 통합하는 등 중간조직을 압축했고, 일부 계열사에는 지주사 출신 CEO를 배치하며 리더십 교체를 통한 체질 개선 작업을 병행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여러 차례 경영회의에서 “급변하는 시장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언급하며 실행력 중심의 조직 운영을 주문했다. 이런 메시지는 연말 임원인사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군을 포함한 주요 조직의 재배치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외 사업 확대는 롯데가 올해 내내 집중한 또 다른 축이다. 국내 유통 시장의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식품·리테일을 중심으로 해외 거점 확보가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다. 원가·환율 변동성이 변수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해외 성과가 그룹 실적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반적으로 올해 롯데그룹은 ‘성장’보다는 ‘방어’에 초점을 맞춘 한 해였다. 비용 효율화, 조직 재편, 인사 쇄신 등을 통해 최소한의 수익 기반을 확보했지만, 유통·식품 등 주력 사업군의 경쟁력 회복은 여전히 진행형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롯데는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비용 구조를 다듬어 버틸 힘을 마련한 시기였다”며 “내년에는 유통과 식품 중심의 신성장 전략이 얼마나 성과로 이어지느냐가 그룹 전체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