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 서지용 “카드업, ABS·ESG·해외조달로 돌파구 넓혀야”
여전채 조달비용 상승·수익성 둔화 조달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해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오르고 수익성이 약해지면서 조달 구조를 바꾸는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내 카드사의 조달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자산유동화증권(ABS) 확대와 ESG·해외 조달을 축으로 한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규제완화, ‘생산적 금융’ 병행 제언
21일 한국신용카드학회는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주제로 ‘KOCAS Conference 2025’를 열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카드사 조달 구조가 시장금리와 규제 변화에 민감한 데다, 수익 기반이 약해 충격 흡수력이 크지 않다”며 “조달 여건의 구조적 한계가 누적돼 왔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금리 수준 자체가 높아진 데다 신용 환경까지 나빠지면서 카드사 조달비용이 뚜렷하게 상승했다”며 “조달비용 증가는 곧바로 수익성 하락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맹점 수수료 체계 변화와 비용 부담 확대로 카드 본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조달비용이 오르는 국면에서 수익 기반이 약해진 카드사는 이중 압박을 받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카드채·ABS 조달비용이 다시 튈 수 있다”며 “지금부터 조달 채널을 넓혀 둬야 경기·금리 변동기에 버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ABS, ESG 채권·대출, 해외 신디케이트론 등 조달 수단을 복수로 확보해야 한다”며 “한두 시장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조달비용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ABS는 카드사 자산 특성과 맞는 핵심 조달 수단”이라며 “발행 저변을 넓히고 구조를 고도화하면 조달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ESG 조달과 해외 사례도 대안으로 들었다. 서 교수는 “ESG 조달은 투자자 저변을 키우고 장기 자금을 끌어오는 통로”라며 “해외 레버리지·신용보강 프로그램 등 선진 사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채·ABS 발행 규제 완화, 레버리지 비율의 합리적 조정, ABS 시장 인프라 개선이 뒤따라야 조달 다변화 전략이 현실에서 작동한다”며 “규제는 리스크를 막되 혁신을 가로막지 않는 방향으로 정교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달 혁신으로 확보한 자금을 실물경제 성장, ESG 기반 투자로 연결해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며 “비생산적 자산 축소와 함께 카드사의 역할을 ‘성장 지원 금융’으로 넓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조달비용을 낮추고 유동성 리스크를 줄이는 구조 전환이 카드산업의 다음 경쟁력을 결정한다”며 “조달 다변화와 규제 합리화, 생산적 금융 투자가 동시에 굴러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데이터·표준·자동화가 금융가치로 재조합”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팀장은 “디지털화를 단순한 온라인화로 생각하면 안된다”며 “금융의 구조를 다시 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화가 데이터·표준·자동화를 금융가치로 재조합하는 과정”이라며 “금융회사와 고객 사이의 연결이 비대면·자동화 기반으로 바뀌면서 서비스 설계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화는 결제 현장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윤 팀장 설명이다.
윤 팀장은 “비대면·간편 결제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결제 경험의 기준이 바뀌었다”며 “카드사는 결제 수단을 넘어 플랫폼과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역할을 확장하는 흐름에 놓여 있다”고 했다.
특히 간편결제와 생활 밀착형 서비스의 결합이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봤다. 그는 “결제 기능이 여러 생활 서비스와 결합해 ‘슈퍼앱’ 형태로 이동하고 있다”며 “지급, 인증, 정보 제공이 한 화면에서 이어지는 구조는 카드산업의 경쟁 구도를 새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팀장은 카드산업의 업무 범위도 디지털 환경에 맞게 재정의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용카드업은 여전히 핵심 결제 인프라이지만, 앞으로는 오픈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와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화가 결제와 금융서비스를 묶는 기본 조건이 된다”며 “금융서비스가 데이터 기반의 모듈로 쪼개지고 다시 조합되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결제 시장의 키워드로는 AI 기반 ‘에이전트 결제’를 들었다. 윤 팀장은 “AI가 소비자의 선택과 결제를 대신 수행하는 환경이 열리고 있다”며 “AI 에이전트가 결제까지 연결하는 구조에서는 신뢰·보안·책임 체계를 먼저 준비해야 시장이 제대로 선다”고 밝혔다.
그는 결제 채널이 다변화될수록 카드사의 생존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봤다. 윤 팀장은 “기술과 채널이 변할수록 카드사는 ‘결제 이후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데이터·인증·정산·위험관리 역량을 묶어 생태계의 허브가 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