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00원대 위협

4월 이후 최고치...AI거품론·달러 강세 및 엔화 약세 등 복합적 원인 코스피 3853.26 마감(-3.79%)...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2025-11-21     조성진 기자
픽사베이 제공.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며 1500원을 위협하고 있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종가 대비 7.70원 오른 1475.60원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환율 최고점을 썼던 지난 4월9일 이후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이 뛴 직접 요인은 복합적이다. 인공지능(AI) 거품론이 퍼지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고, 12월 FOMC에서 금리 인하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달러 선호를 키웠다. 일본의 대규모 경기 부양 추진으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선 점도 원화에 부담을 줬다. 엔·달러 환율이 157엔대로 올라선 흐름이 원·달러 환율 상승을 거들었다.

하지만 최근 고환율의 뿌리는 달러 강세보다 원화 약세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BIS 기준 원화 실질실효환율(REER)이 90 수준으로 기준치 100을 크게 밑돌며, 교역국 통화 대비 원화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신호를 보냈다. 대외 여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한국 내 수급 구조’가 원화 값을 더 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그 중심에 해외투자 확대가 있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의 국내 투자로 달러 유입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투자를 위해 환전하는 달러 수요가 더 크게 늘었다.

9월말 대외금융자산이 2조7976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찍고, 대외금융부채는 1조7414억달러에 그치면서 순대외금융자산이 1조 달러를 넘긴 것은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국내에 들어오는 달러보다 해외로 나가려는 달러가 더 많은 구조’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동한 셈이다. 이 추세가 유지되면 1500원대 환율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외환당국 경계에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역외 롱심리가 다시 과열될 것으로 보이며 환율 상승 베팅으로 이어져 1470원 후반까지 레벨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수입업체 결제와 해외투자로 인한 구조적 달러 실수요도 원·달러 상승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정적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면인 만큼 인공지능(AI) 관련 뉴스와 연준 위원들 말 한마디에 주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향후 주요 지표나 AI 이슈에 따라 분위기 재반전의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1470원대에서 외환당국 개입이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79%(151.59포인트) 내린 3853.26을 기록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I 수익성 논란과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 후퇴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면서도 “이번 증시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던 AI 버블 우려, 통화정책 기대 되돌림에 따른 유동성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가운데, 리사 쿡 이사 발언과 엔비디아 매출 채권 우려 등이 주요 하락 원인”이라며 “유동성 우려는 장기화되지 않고, 엔비디아 매출채권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