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속속 ‘셧다운’…올해 계획 대비 33%↑
주요 은행 대출창구 속속 폐쇄...KB국민·하나 중단에 타 은행 풍선효과 우려 가계대출 증가속도 4개월만에 최고…신용대출로 집사고 주식사고
부동산 막차 수요 및 주식 빚투 등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연말 이전에 대출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당국의 창구 지도로 주택 관련 대출이 막혔지만, 수도권 집값 상승이 멈추지 않을 경우 내년 가계대출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막차 수요에 빚투…고삐 풀린 가계대출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늘어난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은 총 7조8953억원이다. 이는 당초 이들 은행이 금융 당국에 제출한 올해 증가액 한도 목표(5조9493억원) 대비 32.7% 많은 규모다.
당국은 지난 6·27 대책 발표 당시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액을 연초 설정 규모의 약 절반으로 줄여달라고 은행권에 요청했다. 다만 11월 하순 현재 불어난 가계대출 규모는 축소 설정한 목표를 이미 33% 초과한 셈이다. 초과율은 은행별로 낮게는 9.3%에서 높게는 59.5%에 이른다.
다만 NH농협은행은 아직 가계대출 증가액(1조8000억원)이 목표(2조1200억원)에 못 미쳐 총량 관리 스케줄을 지키고 있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리자는 “정부의 대출 축소 정책이 미리 알려지면서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막차수요가 몰린 측면이 있고,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이른바 빚투에 나서기 위한 대출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예상을 뛰어넘은 대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 KB 24일·하나 25일 올해 실행 주담대 등 중단…신한·우리 풍선효과 예상
각 은행은 비상 조치로 대출 창구 폐쇄 조치에 들어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미 22일 비대면 채널에서 올해 실행 예정인 주택 구입 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막았다. 타 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타 은행 대환대출(주택담보·전세·신용대출)과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KB스타 신용대출 Ⅰ·Ⅱ'도 동시에 막혔다. 대면 창구에서도 24일부터 올해 실행분 주택 구입 자금용 주담대 접수를 받지 않는다.
하나은행도 25일부터 올해 실행되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받지 않을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다른 은행들의 대출 중단에 따른 풍선효과고 예상되는 상황이다.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에 따른 비대면 채널 판매 중단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내년 초에도 규제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 이달 가계대출 하루 1326억씩 증가…주담대 멈추자 신용대출 급증
잇단 대출 중단에도 이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상승이 예상된다.
연합뉴스가 취합한 바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20일 현재 769조2738억원으로, 이달 들어 2조6519억원 불었다.
이미 10월 전체 증가 폭(2조5270억원)을 넘어섰고, 하루 평균 증가액(1326억원)은 7월(1335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주택담보대출(+1조1062억원)의 경우 아직 전월(+1조6613억원) 증가 폭보다 작지만, 일 증가 속도(+553억원)는 전월(+536억원)보다 빠르다.
특히 신용대출이 1조3843억원 늘어 월말까지 열흘이나 남은 시점에서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주담대가 막히자 신용대출로 선회한 부분과 주식투자를 위한 대출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