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석유 제재 시작…유가·환율 불안

산유국 증산 보류 맞물려 원유 공급 제한 우크라 종전 합의 관건, 이스라엘 하마스 공습 얽혀 원료값 상승, 고물가에 수요 위축 우려…항공사 취약 아람코발 매입채무 늘린 에쓰오일은 레버리지 효과

2025-11-24     이재영 기자
에쓰오일이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매입채무를 대폭 늘려 레버리지 효과를 확대했다. 사진은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원달러 환율이 높은 가운데 미국의 대러 석유 제재도 시작돼 산업계에 미치는 유가와 환율 변수가 커졌다. 항공업계는 유가와 환율 상승에 특히 취약한 반면, 원유를 수입해 제품을 수출하는 정유사는 단기적으로 유리해진다. 산업계 전반적으로는 원자잿값 상승 및 고물가에 따른 내수 침체 우려가 상존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예고했던 러시아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루코일에 대한 제재가 지난 21일(현지시간)부터 발효됐다. 이번 조치는 이들 회사와의 거래를 차단하고 해외 사업을 제한한다. 유럽은 이미 러시아산 수입 대체 움직임이 활발하며, 미국은 중국과 인도에도 제재 준수를 당부하고 있다. 마침 OPEC플러스도 내년 1분기 석유 증산을 보류하면서 국제유가 상방 요인이 점증하는 국면이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는 단기적으로 재고평가이익을 보지만, 고유가로 수요가 위축되면 제품 판매에 지장이 생긴다. 3분기 말 기준 정유사들은 재고를 적극적으로 소진해 정제마진이 오른 효과를 극대화한 모습이다. 그 속에서 SK에너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4사 중 에쓰오일만 유독 매입채무가 연초보다 1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 부각된다.

에쓰오일의 매입채무는 대부분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람코로부터 발생했다. 3분기말 매입채무가 늘어난데 비해 재고자산은 되레 감소해 생산과 판매가 활발했던 듯 보인다. 정제마진이 회복되고 유가와 환율이 정유사에 우호적인 환경에서는 매입채무 증가 부분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매입채무가 증가하면 제조업은 현금흐름이 좋아진다.

향후 유가와 환율이 오르면 에쓰오일은 정유부문 등에서 상대적으로 더 실적 개선 모멘텀을 지닌다. 사우디 아람코가 재무지원 차원에서 에쓰오일의 매입채무 지급기일을 연장했을 수도 있다.

이와 달리 항공사들의 경우 유가 상승으로 영업실적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 항공료 인상이 당국에 의해 억제되는 상황에서 유가가 오를수록 영업마진이 축소된다. 게다가 항공사들은 외화부채가 많은 편이라 환율이 오르면 원화환산손실과 환차손이 커진다.

다만, 대러 제재는 지분 50% 이상 자회사가 대상인데, 로스네프트가 최근 자회사 지분을 줄여 제재를 회피하는 정황도 보인다. 시장에선 이런 식의 우회 수출 방법이 있어 제재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폭등한 형편이라 고물가와 수입 원자잿값 인상 요인이 중첩될 수 있다.

미국의 대러 제재는 우크라이나와의 종전 합의를 압박하는 수단이다. 제재 압박이 작용해 종전에 이르면 유가는 안정될 수 있다. 최근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우크라이나전쟁 평화 협상안이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남은 쟁점이 몇 개 안 돼 조만간 합의에 이를 것이란 낙관론도 내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 합의를 이뤘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은 재발 위험이 생겼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하마스가 휴전 합의를 어겼다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여러 지역을 공습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구도에선 에쓰오일이 고유가·강달러 국면에서 단기 실적 호재를 누릴 여지가 크지만, 매입채무를 통한 레버리지 효과는 향후 사이클 역전 시 리스크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