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인1표제 내홍 심화…최종 의결 다음달 5일로 연기

"방향이 아니라 추진 방식"…정청래 리더십 피로감 분석도  정청래 의지 안 굽혀..."이재명 시절부터 논의된 과제…더 미룰 수 없어"

2025-11-24     설인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정청래 지도부 출범 이후 중점 과제인 1인 1표 당헌·당규 개정을 두고 내홍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당내 일각의 잇따른 문제 제기에 지도부는 개정안 최종 의결 기구인 중앙위원회 일정을 이달 28일에서 다음달 5일로 일주일 미뤘다. 하지만, 정청래 대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도입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회의 과정에서 "졸속 추진" "절차적 정당성 부족" 등 이견이 쏟아지면서, 마지막 관문인 중앙위원회 의결은 일주일 뒤로 연기됐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당무위 직후 브리핑에서 "1인 1표제 도입 등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가 됐으나 일부 우려가 있어 보완책을 논의하기 위해 중앙위를 28일에서 12월 5일로 연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9~20일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동등한 1표로 맞추는 1인 1표제 도입 여부를 물은 결과 찬성 86.81%이라는 압도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투표율이 16.81%에 그치는 등 대표성 논란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90%에 가까운 당원 뜻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21일 최고위원회를 열고 당헌·당규 개정 착수를 공식화한 바 있다.

반발은 최고위원회와 당무위 안에서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칙에 대한 찬반보다 절차의 정당성과 민주성 확보가 실제 논란의 핵심"이라며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단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강득구·윤종군 의원도 전날 공개 입장문 통해 "우리 당의 역사와 정체성,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졸속 개혁" "영남 등 소외 지역 당심을 반영할 보완책이 미비한 상태에서 강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최대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논평을 통해 반발 기류에 동참했다. 

일부 민주당 권리당원들과 강성 지지성향 유튜브 채널에서도 '당헌·당규 개정안 의결 무효 확인 가처분 소송' 공동 신청인을 모집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당내 반대가 친명계·비명계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1인1표제 개정 방향보다 이를 밀어붙이는 '정청래식 리더십'에 대한 피로감이 내홍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정 대표는 이같은 논란 속에서도 강행 의지를 거듭 피력 중이다. 정 대표는 23일 밤 페이스북에 과거 이재명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요구했던 원외지역위원장 성명과 관련 보도를 함께 공유했다. 

또한 전당대회 준비위, 혁신위, 당헌·당규 TF 등에서 3년 가까이 1인 1표제가 논의돼 왔다는 장경태 의원의 글을 공유하며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지역 원외위원장들도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1인1표제에 대한 당내 지지 의견도 함께 쏟아지고 있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한민수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정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8월 전당대회 이후 연내 처리를 위해 충분히 논의해 왔다"고 반박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내년 8월에 있을 당대표 선거에서 재선을 노린 포석이라는 일각의 의혹 제기에 "이번 당헌·당규 개정안에도 대의원과 전략지역에 대한 보완 내용이 담겨 있고, '대의원 역할 재정립 TF'에서 더 좋은 방안을 논의해 차후 다시 개정하자는 것"이라고 거듭 진화에 나섰다. 

당 안팎에서는 최고위와 당무위를 이미 통과한 이상 내달 5일 중앙위에서도 1인 1표제가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당내 반발 수위와 여론 추이 여하에 따라 중앙위에서 뜻밖의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동시에 나온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