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에 경영계·노동계 일제히 반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에서 일제히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시행을 놓고 한 차례 또 진통이 있을 전망이다.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놓고 경영계는 산업현장에 막대한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한편 노동계는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무력화할 위험이 있다며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노란봉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발표했다. 시행령의 모법인 노란봉투법이 하청노조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하청노조와 원청 간 직접 교섭 근거를 규정하고 있는 가운데 시행령은 교섭에 적용되는 세부 규칙을 명시했다.
이날 발표된 시행령의 핵심은 '하청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다. 정부는 '사용자성 판단 지원 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자율교섭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위원회는 하청노조의 개별 의제(임금, 근로시간) 등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고 노사 간 자율교섭을 권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신 원청과 하청노조가 자율적으로 교섭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하청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의제별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노동위가 사용자성을 인정해 주면 하청노조는 원청과 교섭이 가능해진다.
노사가 교섭과 관련해 자율적으로 합의가 어려울 시에는 노동위가 근로조건, 고용 형태, 교섭관행 등 여러 기준을 바탕으로 교섭 단위의 통합 또는 분리를 결정하는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행령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에서 모두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경영계는 '교섭단위 분리제도'가 산업현장에 막대한 혼란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모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 무분별하게 교섭단위 분리 결정 기준을 확대할 경우 15년간 유지된 원청단위의 교섭창구 단일화가 형해화될 수 있다"며 "산업현장의 막대한 혼란이 우려되는 만큼 무분별하게 교섭단위 분리 결정기준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안정적 교섭체계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교섭단위를 통합·분리한다는 입장이나 경총을 비롯한 경영계는 교섭 창구가 늘어나면서 경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총은 "시행령의 교섭단위 분리 결정기준은 기존의 노조법에 규정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을 구체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노동조합 간 갈등 유발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 당사자의 의사까지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교섭창구 단일화'가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무력화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시행령 개정안의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부 안은 원청과 1차 창구단일화, 하청 내 2차 창구단일화 절차를 연속적으로 요구해 사용자가 교섭을 회피할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개정안이) 20여 년의 투쟁 끝에 쟁취한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다시 박탈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하지 않고 하청노조 스스로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이 이에 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이날 민주노총은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진짜 사장 교섭 가로막는 노동법 규탄한다", "시행령 필요 없다 자율교섭 보장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한국노총도 "이번 개정안은 사업장 단위의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화해 구조적으로 역행한다"며 "노동부도 창구단일화 제도의 한계를 인정한 상황에서 정책 일관성을 잃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청노조를 그룹화하면 개별 하청노조로서는 하청사 사장과 교섭하기 위해 회사 내에서 교섭창구 단일화를 하고 원청사를 상대로 교섭하기 위해 다시 한번 교섭단위 분리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는 원청 교섭 진입이 더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한국노총의 입장이다.
아울러 한국노총은 "노동위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정권에 따라 노사관계 전반이 흔들릴 것"이라며 "노동부는 오히려 개정 이전보다 교섭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시행령을 내놨다. 법 개정 취지를 충실히 반영해 시행령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노조가 모인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도 이날 같은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의 전면 폐기를 요구했다.
한편 정부는 노란봉투법 시행령을 이달 25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입법예고한다. 이 기간 노동부는 노사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노동위가 노란봉투법 시행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만큼 노동위 인력 증원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