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논란 속…포스코인터, 인니서 대형 인수 단행

인니 강력한 MTO 불구 1.3조 M&A 높은 성장률과 산업 잠재력이 M&A 좌우 한국도 MTO 논의…“일반주주 보호·경영권 방어 기능”

2025-11-25     이재영 기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인수한 인도네시아 삼푸르나 아그로 팜 전경.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인도네시아 의무공개매수제도(MTO) 부담을 감수하고 1조3000억여원 M&A(인수합병) 투자에 나서 주목된다. 국내 국회에서도 MTO 도입 논의 중인 가운데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란 반대 여론이 있으나, 인도네시아는 되레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투자는 한가지 요인으로 좌우되지 않는다는 시사점을 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100% 종속회사인 싱가포르 법인 AGPA에 약 1조2629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AGPA는 인도네시아 팜 종자 및 팜 농장사업을 하는 삼푸르나 아그로 팜(PT Sampoerna Agro Tbk)의 지분 65.72%를 8300억원에 취득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자본시장법에 따라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MTO가 진행될 예정으로, 모든 일반주주가 청구하는 경우 2억9545만달러(34.28%, 약 4350억원)를 추가 지불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MTO 법안이 발의돼 논의 중이다. 당초 MTO는 1997년 1월 구 증권거래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으나, 1998년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IMF 요구 등에 따라 1년만에 폐지됐다. 그러다 자본시장 선진화 목적에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 됐었고, 이재명 정부도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입법 추진 중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M&A 투자를 저해한다는 우려가 있으나,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싱가포르, 인도, 일본 등에서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강력한 MTO 규정을 도입하고 있으나 2020년 이후 M&A 거래액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디지털, 기술, 금융, 광물자원, 신재생에너지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꾸준히 관심을 받으며, 현지 당국이 외국인 투자 규제를 완화하고 M&A 거래 편의성을 개선시킨 결과다.

국내에선 제도 도입 전 합의에 의한 친화적 인수합병 시 피투자법인 대주주가 프리미엄을 독점해 유리한 반면, 일반주주는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M&A 전 피투자법인 가치가 저평가 돼, 인수자는 투자부담을 덜고 대주주만 높은 프리미엄 챙긴 사례가 누적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적대적 인수합병 시에서는 MTO가 도입됐을 경우 공격자의 인수 부담이 증가해 대주주는 방어효과를 갖는다. 자사주 의무 소각 등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 추진이 이뤄지면서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는 주장의 관점에서는, MTO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MTO의 적대적 M&A 방어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효과”라며 “전체 주주 대상 동일 조건의 공개매수 의무가 적용되면 인수비용이 폭증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번 M&A 투자로 차입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3분기말 기준 회사의 현금과 예적금 등의 금융자산(비영업자산)은 1조3421억원인데, 차입금과 사채 등 차입부채는 5조3379억원에 달했다. 이자발생부채가 매년 늘어나 영업이익률은 3%대로 저조한 수준이다. 올 3분기 누적 이자비용은 1930억원으로, 누적 순이익 5040억원에 비하면 작지 않다.

다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트레이드 기반 상사업의 특성상 매출액에 비해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회전율이 매우 높고, 급여 및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도 매출의 1% 내외 수준에 불과해 양호한 현금흐름을 보인다.

전통적 중개무역 사업은 대기업이 자체 트레이드로 대체하며 사양화 된 흐름이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투자회사로 변모해 수익성을 확보해 왔다. 이번 M&A로 인해 일시적 차입부담이 커지겠지만, 인수법인의 안정적인 사업성은 투자 회수에 대한 불안감을 낮춘다.

업계 관계자는 “팜유는 식용유, 바이오디젤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재생원료 확대 흐름이 팜유사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식량 안보와 친환경 바이오연료 시장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