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IPO로 지배구조 개편 '유력'…올해안 상장 목표
증권가 "시총 10조원 육박"…상장 자금으로 순환출자 해소 전망

정의선 현대지동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지동차그룹 회장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의 비상장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올해 안으로 코스피 상장시켜 모은 자금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한다는 목표다.

13일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달 9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EP)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글로벌 시장에서 신인도 제고와 자금조달 유연성 확보 등을 위해 IPO를 검토 중"이라며 "최적의 시기에 법규와 절차에 따라 IPO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REP 접수 후 6개월 안에 상장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안으로 코스피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74년 설립된 현대엔지니어링은 1980년대 한라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엔지니어링센터, 현대건설 해외건설 사업본부 설계팀을 흡수합병하며 몸집을 키웠고, 2014년에는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하며 플랜트, 건축, 인프라 사업 전문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연결기준 7조1884억원, 영업이익 2587억원 규모다.

비상장 주식 시세는 주당 100만원 안팎에 형성돼 현재 시가 총액은 7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최대주주는 지분 38.62%를 보유한 현대건설이다. 2대 주주는 정의선 회장(11.72%)이며 현대글로비스(11.67%)와 기아(9.35%), 현대모비스(9.35%) 등 그룹 주요 계열사도 지분을 갖고 있다. 정몽구 그룹 명예회장도 4.68%의 지분이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시 시가총액은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정 의선 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가치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재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때마침 공정거래위원회도 오는 30일에 현대차그룹을 대표하는 총수(동일인)를 정의선 회장으로 바꿔 지정할 예정이어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적기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연합뉴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17.3%)→현대모비스 ▲기아(17.3%)→현대제철(5.8%)→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 ▲현대차(4.9%)→현대글로비스(0.7%)→현대모비스(21.4%)→현대차 ▲현대차(6.9%)→현대제철(5.8%)→현대모비스(21.4%)→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순환출자구조는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 경영권을 유지하는데는 유리하나 어느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그 타격이 전 계열사로 퍼질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국내 30대 대기업 집단 중 현대차그룹만 유일하게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지 못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2018년에 매우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구조를 간소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과 시장의 차가운 반응에 백기를 들고 자진 철회했다.

당시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를 핵심부품 사업과 모듈·AS부품 사업으로 나눈 뒤 모듈·AS 부품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었다.

시장에서는 작년 말 정 회장의 취임과 맞물려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여건은 이미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도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앞당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올해 말부터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 상장사·비상장사와 이들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29.99%로,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과징금을 피하려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2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현대엔지니어링 계동 사옥
현대엔지니어링 계동 사옥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이후 지분 매각으로 추가 현금을 확보하면 현재 지분율 0.32%에 불과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영향력을 늘리거나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을 위한 재원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2018년에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 전체 기업 가치의 60∼70%를 차지하는 AS 부문을 분할, 상장한 뒤 이를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 등이 제기된다. 이후 존속 현대모비스가 합병 글로비스에 대해 공개 매수에 나서고 대주주가 이에 참여하는 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주주 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상장 추진과 양사 합병은 관계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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