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낙관적 전망…엄습하는 코로나19 재확산 징후

미중 경제 패권 전쟁 속 ‘시계 제로’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대한민국 경제가 코로나19 혼돈 속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산소호흡기를 떼고 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며 걱정의 한숨도 새어 나온다. 위기 극복과 재추락의 변곡점에 서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4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웰컴(Welcome) 대한민국 경제의 봄~제2벤처붐’, 땡큐(Thank You) ‘K-벤처’”라는 제하의 글을 올려 시선을 끌었다.

권 장관은 지난 12일 기준 코스닥 지수가 20년 7개월만에 1000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코스닥 시총 상위 20개 기업 중 벤처기업 수가 13개에 달해 지난 2001년 6개, 2010년 10개에 비해 크게 늘었음을 강조했다.

이어 “펀드가 투자한 기업들 중 코스닥 IPO기업수가 많을수록 수익률도 높아진다”며, “대한민국 경제의 봄~제2벤처붐’이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포부까지 전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기업의 은행 원화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3월말 기준 약 1000조원으로 전월보다 4조6000억원 늘어났다. 3월 증가액으로는 지난해 18조7000억원에 이어 두번째 많은 수치다.

눈여겨 볼 부분은, 대기업의 경우 2월보다 오히려 은행 대출 잔액이 2조7000억원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한 달 새 7조3000억원 늘었다는 점이다. 이 또한 역대 2위 수준이다.

한은의 분석이 의미심장하다. 대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나 (증시 활황 속에서) 유상증자, 기업공개 등을 이어가며 주식 발행규모를 6조 6000억원 늘리며 직접 조달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 코로나19로 생존이 위협받는 중소기업은 계속 돈을 빌리고 있고, 대기업은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을 끌어들여 사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대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겉보기엔 경제가 잘 돌아가는 것 처럼 보여도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들에게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대출 상환 연장, 유예 등이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끔찍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증권사 법인영업본부장은 “코스닥이 2000년 말 기준 시총 29조원 수준에서 20년 남짓한 시간 동안 411조까지 커진 것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 있었던 건 맞다”며, “특히 시총 상위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을 지속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 큰 성장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코스닥의 성장에는 저금리 고착화와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 참여 확대에 따른 수급 개선이 미친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경제의 체질이 개선된 결과로만 해석하는 것에 경계감을 드러냈다.

실제 올들어 14일까지 개인들의 코스닥 순매수 금액은 5조3880억원에 이른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조9663억원, 7910억원 순매도를 보였다. 코스피도 상황은 다르지 않아, 같은 기간 개인이 37조5114억 순매수하는 동안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0조5941억원, 6조467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실제 경제상황이 좋아진 것과 투자금의 유입에 따른 기대심리가 투영된 결과를 구별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재점화하는 미중 경제전쟁, 눈치보는 삼성전자

코로나19 상황 속에 미 대선을 치르는 동안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미중 경제전쟁이 바이든의 본격 행보에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바이든은 현지시각 12일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 CEO들과 ‘반도체 및 공급망 회복 최고경영자 회의’를 개최해, 미국 내 제조업 부활과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나선 중국 견제를 위해 반도체 웨이퍼를 손에 들고 흔들며 투자를 강조했다.

프리미엄 핸드셋(휴대폰) 부문이 애플에 밀리고 중국 회사들에게 중저가폰 시장을 내준 상황에서, LG전자마저 떠나 외롭게 싸우는 삼성전자의 희망 ‘반도체’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경쟁자로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지으며 ‘충성맹세’를 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곤란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코로나19를 먼저 극복한 것을 과시하고, 전세계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만끽하고 있다.

13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1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9.0% 늘어난 7099억8000만달러(한화 약 800조)를 기록했다. 수출 뿐 아니라 수입도 전년 동기 대비 28.0% 늘어 5926억2000만달러(한화 약 660조)를 보였다. 코로나19 상황을 가장 먼저 겪어서 작년 1분기 고스란히 피해를 받은 것에서 오는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수치다. GDP 규모로 보면 중국이 미국의 70%에 육박하는 수준이라 미국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만약 삼성전자의 이익 창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식투자에 나섰던 개인들의 포트폴리오가 망가지게 되고, 때마침 시작되는 공매도 재개와 더불어 ‘역레버리지 효과’로 마진콜에 의한 반대매매가 이어져 주가가 빠지고 이것이 또 다른 매도를 부추기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엄습하는 금리 상승의 기운

지난 3월 FOMC와 이어지는 공식 석상에서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급격한 금리상승은 없을 거라고 여러 번 강조했음에도 시장은 이를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출렁이자 국내 은행들도 금리 인상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이고,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대명제’를 위해서도 금리 상승 기조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중 3월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09조5000억원으로 2월말보다 한달 새 약 6조5000억원 늘었다. 3월 증가 폭으로는 작년 3월(9조6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경제 부활에 대한 기대로 원자재 가격이 지속 상승하는 것도 문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4일 발표한 전국 수출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에 따른 중소기업 영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75.6%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익성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가격 경쟁력과 기존 거래관계 유지를 위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녹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

주요 경제연구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3~4%대 성장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14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4%로 전망하며 수출이 경기를 주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이 연구원이 지난 해 8월 전망한 2.5%보다 1.5%포인트나 상향한 수치다. 코로나 19가 절정에 달할 때 전망한 수치였다.

이 연구원이 제시한 4% 성장률은 IMF(3.6%), OECD(3.3%), 정부(3.2%), KDI(3.1%), 한국은행(3.0%) 등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LG경제연구원은 이처럼 높은 수치를 제시한 이유로 “올해는 수출이 경기를 주도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중국이 세계 경기를 이끌고 유럽과 신흥국도 하반기 이후 점차 회복하면서 세계 교역이 지속해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정부는 14일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에서 3월 고용동향을 점검하며 13개월만에 취업자수가 증가했고, 4월 이후 고용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취업자 수가 두달 연속 증가하며 2~3월 두 달간 늘어난 일자리 수가 66만개에 달했고, 계정조정 고용률은 60.3%로 상승해 코로나19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반색했다.

하지만 청년 실업률이 10.0%로 두자릿 수를 기록하는 등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용 개선은 아직 요원하다.

◆ 변수는 코로나19 재확산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모두 코로나19가 백신 보급과 더불어 잠잠해질 거라는 가정 하에서이뤄진 것이다.

14일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숫자는 0시 기준 731명으로 누적 11만1419명을 기록했다. 전일 542명보다 189명이나 급증한 것은 물론, 지난 1월 7일 869명을 기록한 이후 약 3개월 만에 최다 기록이다.

이웃 일본도 코로나 1일 확진자 수가 3000명을 넘어서며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오사카구간 도로 성화봉송을 취소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여기에 존슨앤존슨, 얀센 등 믿었던 백신의 효과가 불투명한 것으로 밝혀지고, 우리 정부의 백신 확보율이 현저히 떨어지며 불안감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 국내 증시에서 발 빼는 개인투자자들

최근 환율이 원화 강세로 바뀌며 외국인들이 매수에 나선 탓도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그 현상을 알 수 있는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추이를 살펴보면, 작년 11월 전월보다 6조5478억원 늘었던 예탁금이 12월에는 3조9351억원, 1월에는 2조4945억원 증가로 점차 증가세가 줄더니, 2월에는 전월보다 4조1587억원 감소, 3월에는 다시 1조2360억원 감소를 기록해 3월말 기준 62조 6225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시장이 조정세를 이어갔음을 상기할 때 적지 않은 감소폭이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시장 투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14일 발표한 1분기 해외주식 결제금액(매수+매도)은 1285억1000만달러(한화 약 144조1000억원)으로 직전분기 654억달러 대비 96.5%나 늘었다.

이는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분기 최대 규모다. 특히 가장 많은 투자자가 몰리는 미국 주식 결제 금액이 1198억9000만달러(한화 약 134조4000억원)로 전 분기 대비 98.7% 증가해 미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했다. 이는 전체 해외주식 결제 규모의 93.3%에 달한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거래한 종목은 테슬라, 게임스톱, 애플, 처칠캐피탈(SPAC), 팔란티어(빅데이터 분석기업) 등이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지수가 그렇게 급등하던 기간에도 투자자 3명 중 2명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코로나19라는 상황이 여전하고, 글로벌 경제 패권 경쟁의 한 가운데 놓여있는 한국으로선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3월 고용동향'을 주요 내용으로 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주재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제공=연합뉴스)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3월 고용동향'을 주요 내용으로 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주재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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