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에 해외 여행 수요 증가세
유가·환율 급등 등으로 악재 맞닥뜨려
해외여행 증가 한계…실적 회복 난항

인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 화물 터미널. 대한항공 제공
인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 화물 터미널. 대한항공 제공

항공업계와 여행사들이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체결과 위드 코로나로 방역 체계 전환 등으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해 실적 회복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래블 버블이란 코로나19 방역이 우수한 나라가 서로의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 협약을 뜻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8월 사이판(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에 이어 11월부터 싱가포르와 트래블 버블 제도를 시행한다. 백신접종 완료자는 격리 없이 두 곳을 여행할 수 있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트래블 버블 체결로 인해 항공사들은 해외노선 재개를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1월 하와이, 아시아나항공은 12월 괌 노선 운항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연내 운항 재개를 목표로 중국, 태국, 방콕 노선 재운항 허가를 국토부에 신청했다.

국내 방역 체계가 다음달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 여행 심리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의 사이판 노선 예약 고객은 벌써 1000여명을 넘었다.

여행사들도 사이팜, 괌 등 해외 근거리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트래블 버블 체결국가를 목표로 한 패키지여행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는 19일 “사이판 패키지여행의 경우 모집인원이 1200명으로 연말까지 예약이 마감된 상태이고, 괌 여행상품도 이달 1~18일 예약자가 406명인데 대부분 연말에 출발한다”며 발리·태국·싱가포르 패키지여행 상품 출시를 알렸다.

태국의 경우 다음 달부터 일부 국가에만 무격리 입국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는데 우리나라가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선제적으로 여행 상품이 마련됐다.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외 항공권 수요가 활기를 찾고 있다. 지마켓 제공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외 항공권 수요가 활기를 찾고 있다. 지마켓 제공

실제로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외 항공감 수요가 대폭 늘고 있을 정도다.

국내 온라인마켓플레이스 G마켓과 옥션이 지난 9월 국제선 항공권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과 비교해 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8월)과 비교해도 29% 오른 수준이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기 여행지는 예약 인원 증가율 기준, 캐나다가 전년 대비 131% 늘어 1위를 기록했고 2위 미국(74%), 3위 베트남(17%)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 자가격리 부담이 없는 휴양지인, 괌과 몰디브가 9월부터 인기 여행지 10위권 안에 신규 진입했다. 인기 도시는 로스앤젤레스(491%), 애틀란타(200%), 뉴욕(167%) 순이다.

출발 시기로는 2021년 12월과 2022년 1월의 항공권 평균 매출이 160% 올랐다. 겨울 방학과 연말 시즌임을 감안해 휴양지 등으로 여행 계획을 잡은 이들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해외여행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로 인한 원화 약세라는 악재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의 한 여행사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여행사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15일 기준 국제 항공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98.04달러였다. 1주 전 배럴당 94.56달러보다 3.7% 올랐다. 특히 지난해 10월에 항공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약 44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해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고정비 부담을 덜었던 항공사들은 1년 새 두 배 가까이 오른 항공유 가격에 부담도 커졌다.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항공권 총액도 인상되면서 여객 수요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영업비용에서 연료비 비중이 큰 항공사들의 영업이익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3000만달러(약 339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10% 상승하면 진에어는 76억원, 티웨이항공은 69억원의 손실이 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료비가 오르면 항공권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확보하지만 치열해진 국내선 시장에서 항공사들이 현실적으로 항공권 가격을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항공사들은 유가 상승을 대비해 어느 정도의 안전장치는 마련해 놓았지만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들은 저유가일 때 항공유를 미리 구매하는 '항공유 헷지'와 유가 선도계약을 통해 유가 변동 위험성을 줄이고 있다.

올해 1월 1082.1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에는 장중 1200원을 넘기도 했다. 이달 15일 1,182.4원으로 다소 진정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항공기 리스비와 유가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들은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영업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56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재무제표상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19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환율이 5% 상승하면 185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항공사가 유가와 환율 상승의 악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해외여행객 확보가 더욱 늘어야 한다”며 “트래블 버블의 확대로 승객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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