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의 비즈니스모델과 동일

세계4위 투자은행(IB)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146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의 자존심, 도이체방크다.

▲ 도이체방크 프랑크푸르트 본사 ⓒnews.efinancialcareers.com

26일(현지시간), 독일의 시사 주간지 포쿠스가 “도이체방크는 앙겔라 메르켈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기사를 보도하자, 도이체방크 주가는 하루 만에 7.5% 내려앉으며 198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무려 55%나 폭락한 것.

도이체방크 위기설이 불거진 이유는 이달 중순경 미국 법무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한 주택저당증권(MBS)을 판매한 혐의로 140억 달러(약 15조3,3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벌금 규모는 도이체방크가 대손 충당금으로 준비해놓은 자금인 62억 달러의 두 배가 넘고, 은행의 몸집인 시가총액(145억 유로)과 맞먹는 규모다.

도이체방크는 그간 글로벌 경기부진과 각국의 금융규제 강화, 런던 은행 간 금리인 리보(LIBOR)금리 조작 연루에 따른 거액의 벌금 등 잇따른 악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35,000명 감원, 자산매각, 해외법인 철수 등 자구책을 모색해왔다.

포쿠스의 보도 이후, 도이체방크는 독일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즉각 부인하고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날 독일 -2.19%, 영국 -1.32%, 프랑스 -1.8% 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으며, BNP파리바, 우니크레디트 등 유럽 대형은행들의 주가도 4% 안팎으로 곤두박질쳤다.

현재 시장에서는 도이체방크가 제2의 리먼브라더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6월 도이체방크를 지목, 금융시장의 구조적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 제공자라고 지적한 바 있다.

독일 최대 은행이 무너질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금융 전문가들은 독일 정부가 긴급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과거 리먼브라더스와 흡사하게 이 은행의 자산이 대부분 파생상품에 몰려 있고, 예금은 고작 4,470억 유로로 중소형 은행 수준이라, 시장의 신용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그동안 독일 정부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부실은행 지원을 강력히 규탄해온 것도 정부의 긴급 지원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위험성이 큰 트레이딩에 임할 때, 도이체방크가 타 은행에 비해 단기자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크고,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가 했던 비즈니스모델과 동일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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