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청사와 옛 국세청 별관부지 인근을 아울러 5개 코스, 2.6km의 역사탐방로 '대한제국의 길' 조성

자주독립 근대국가로 나아가고자 했던 19세기 ‘대한제국’의 역사가 덕수궁과 정동길을 중심으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옛 국세청 별관부지 인근을 아울러 120여년 만에 부활한다.

덕수궁과 정동은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대 한국의 역사를 간직한 원공간이다. 개항 후 덕수궁 뒤편으로 각국 공사관이 들어서면서 외교타운이 됐고, 서양의 선교사들에 의해 교회, 병원, 근대식 교육기관이 세워지면서 근대화의 선도적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 정동하면 덕수궁 돌담길로 기억되는 정도다. 정동의 역사자원도 대중의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영국과 러시아 공사관, 정동제일교회, 성공회성당, 배재학당, 이화학당, 그리고 이대병원의 전신인 보구여관 등이 바로 대한제국 시기에 정동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시는 대한제국이 선포됐던 1897년 그날인 10월 12일 ▲역사재생 ▲역사명소 ▲역사보전, 3대 전략으로 구성된 「정동貞洞, 그리고 대한제국13」을 발표했다.

정동 일대의 역사‧문화를 점검, 종합재생하고 보행길을 통해 명소화하며, 나아가 자원과 장소성을 보전해 현세대 및 미래세대와 공유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다.

첫째, 역사재생전략의 핵심은 새로운 거점공간 2곳(서소문청사와 옛 국세청 별관부지)을 신설하고, 이 거점과 기존의 다양한 역사문화자원들을 연결한 5개 코스, 2.6km의 역사탐방로 '대한제국의 길(Korean Empire Trail)'을 조성하는 것이다.
 

‘대한제국의 길(Korean Empire Trail)’ 역사탐방로


‘대한제국의 길’ 5개 코스는 ▲1코스, 배움과 나눔(성공회성당, 세실극장, 영국대사관 등) ▲2코스, 옛 덕수궁역(구세군 중앙회관, 선원전 터, 구 러시아공사관) ▲3코스, 외교타운(미국대사관, 이화여고 심슨기념관, 정동교회, 중명전 등) ▲4코스, 신문화와 계몽(광무전망대, 배재학당, 서울시립미술관 등) ▲5코스, 대한제국의 중심(환구단, 서울광장, 시민광장 등)이다.

'대한제국의 길'은 대한제국 시대 외교타운을 이뤘던 구 러시아공사관, 영국대사관을 비롯해 정동교회, 성공회 성당, 환구단 등 정동 일대 역사문화명소 20여 개소를 아우른다.

특히, 대한제국의 출발을 알리는 환구대제가 거행된 주요 공간임에도 그동안 접근성이 낮아 방치됐던 '환구단'(프레지던트호텔 옆)과 서울광장을 잇는 횡단보도가 이날 개통된다. 이로써 대한문에서 환구단에 이르는 최단경로 보행로가 조성, 덕수궁과 환구단을 연결하는 대한제국 시기의 길이 다시 연결됐다.

'환구단'은 1897년 고종이 황제 즉위식과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조성한 곳으로, 일제에 의해 해체된 후 현재는 석조대문 등 일부만 보존돼 있다. 1967년 사적 제157호로 지정됐다.

서울시청 서소문청사는 시민에게 열린 새로운 경관거점이 된다. 현재 13층에 있는 전망대를 15층으로 이전하고 옥상과 연결, 덕수궁과 정동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광무전망대'를 설치한다. 또, 1층에서 전망대로 바로 연결되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이용편의를 높인다.

서소문청사 주차장 출입구는 기존 덕수궁 돌담길에서 서소문로 방향으로 변경, 덕수궁 돌담길(대한문~정동분수대)로의 차량진입을 줄이고 보행환경을 개선한다. 장기적으로는 보행자전용거리(평일 오전 11시 30분~오후 1시 30분)를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주차장 출입구를 이전하면서 확보한 주차관리공간은 대한제국 시기에 건립됐던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판매점인 '손탁호텔' 풍 카페로 조성, 역사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계획이다.

옛 국세청 별관부지는 오는 2018년 6월 '세종대로 역사문화 특화공간'(연면적 2,899㎡)으로 거듭난다. 지상은 '비움을 통한 원풍경 회복'이라는 취지로 덕수궁, 성공회성당 등 주변시설과 조화를 이루는 탁 트인 역사문화광장이 조성된다. 지하에는 '서울도시건축박물관'이 들어서며, 지하보행로를 통해 시청역, 시민청과 바로 연결된다. 이와 관련해 시는 12일(수) 착공식을 열고 본격 조성에 들어간다.
 

▲세종대로 역사문화 특화공간 조감도

지하부는 2017년 9월~11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Seoul Biennale of Architecture and Urbanism, SIBAU)' 공간으로 사용하다가 2018년 6월 준공되면 '서울도시건축박물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세종대로 역사문화 특화공간 지상부

옛 국세청 별관부지는 영친왕의 생모인 순헌황귀비의 사당이었던 덕안궁으로 사용되다 1937년 일제가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당시 '조선체신사업회관')를 건립하면서 덕수궁, 성공회성당과 서울광장을 연결하는 경관축이 막히게 됐다. 시는 이번 조성사업을 통해 역사적 장소성과 경관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대한제국의 길'을 대한제국 국장(國章)을 활용한 바닥돌 표시를 따라 걸으며 정동의 대표 역사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연 400만 명 이상이 찾는 미국 보스턴의 '프리덤트레일(Freedom Trail)' 같은 대표적인 역사탐방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한제국의 길'을 정동의 역사재생과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으로 삼아 대한제국 시기 복장 체험, 유‧청소년 역사교육캠프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추진할 예정이다. 또, 증강현실을 이용한 앱을 개발해 길 안내는 물론, '운교' 등 지금은 남아있지 않은 옛 유적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둘째, 역사명소전략은 ▴대한제국 역사 재현 ▴'10월은 정동의 달' 축제 ▴야간경관 관광자원화 등으로 추진된다. 정동 일대 주민, 학교, 기업, 종교단체 등 30여 개 지역 주체들이 참여하는 '지역협의체'가 중심이 되어 공공과 함께 실행해나간다.

대한제국 선포일 당시 고종이 환구대제를 지내기 위해 환구단까지 가는 출궁행사였던 '어가행렬', 환구단에서 하늘에 제를 올리는 의식이었던 '환구대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이뤄졌던 '신식군사도열'을 재현해 선보이고, 대한제국 국장을 활용한 관광상품을 개발한다.

대한제국 선포일(1897년 10월 12일.)을 기념해 매년 10월 한 달간 '10월은 정동의 달' 축제를 개최, 축제가 끊이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첫해인 올해는 정동야행, 대한민국 커피축제 등 4개 축제가 열린다. 또, 정동의 야경을 대한제국의 역사유산으로 새롭게 가꾸어 야경명소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셋째, 역사보전전략은 대한제국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정동만이 가진 풍경을 지켜나가기 위한 것이다.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해 옛 덕수궁역과 옛길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가로와 필지선을 보전하고, 미래유산, 근현대 건축자산을 발굴해 '통합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적용, 정동의 역사경관을 관리한다.

또, 역대 임금의 초상화를 모신 곳이자 궁궐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전각이지만 조선총독부에 의해 해체됐던 덕수궁 '선원전'에 대한 복원사업과 대한제국의 탄생을 알린 '환구단'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는 추진 주체인 문화재청, 중구청과 연계해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정동貞洞, 그리고 대한제국13」 역사재생 활성화사업은 공공이 주도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기업체, 지역 활동단체 등 여러 기관들로 구성된 지역협의체가 중심이 되는 민관협력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늘(12일) 오전 10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사업 발표에는 캐나다(에릭 월시), 영국(찰스 헤이), 노르웨이(얀 올레 그레브스타) 대사 등 정동 내 7개 대사관(미국‧러시아‧영국‧캐나다‧네덜란드‧노르웨이‧뉴질랜드), 공공기관(문화재청‧중구청 등), 언론사‧종교단체‧학교‧기업체‧주민협의체 등 22개 기관이 지역협의체로 참석해 상호협력을 다졌다.

박원순 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새로 개통한 환구단 횡단보도를 이용해 환구단으로 이동, '대한제국의 길'의 완성을 상징하는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박원순 시장은 “오늘은 그동안 잊혔던 대한제국 역사의 재조명을 통해 정동의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은 날”이라며, “대한제국의 역사는 ‘대한’이라는 국호, ‘국민’이라는 지위, ‘국민주권국가’를 태동시킨 개혁의 역사로, 오늘을 계기로 대한제국의 역사를 돌아보고 국권회복과 국민권력시대를 향한 대한민국의 갈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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