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이 끊긴다고 해서 연극은 죽지 않는다. 살아남는다”

연극계의 거장 이윤택 연출가가 청와대의 지시로 만들어진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야만이며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윤택 연출가는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순수한 예술 행위에 (정치적인 의도로)제약을 주거나 위해를 가했다면 반드시 역사의 심판받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연출가는 이어 "영화 등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분들이 정말 판단을 다시 해 줬으면 한다. 이게 지금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한 뒤 "몇 년만 지나면 이 모든 일들이 누가 이렇게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느냐, 왜 이런 일을 했느냐 하며, 심판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연출가는 또한 "문화는 문화대로 독립된 영역인데 정치적인 어떤 행위가 문화적인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라며 "1970년대에는 오히려 물리적인 위해가 있었기 때문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정당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방법이 너무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더 치명적인 위해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연출가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당시 내가 했던 지지연설이 어떤 정치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각종 지원금 제도에서 배제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문예창작기금 분야에서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으로 1등을 하고도 선정작에서 제외됐다"면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게릴라극장’이 매년 받아오던 지원금을 못 받는 일 등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연출가는 "정부당국으로부터 지원금이 끊긴다고 해서 연극이 죽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저항력이 약한 연극들, 정부 당국에 의존적인 공연 예술들은 많이 약화될지 모르지만 그런 것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키우는 젊은 연극인들이나 소극장 연극을 하시는 분들은 지원금 없이도 헝그리정신이라는 게 있다. 살아남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뉴시스>서울 종로구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열린 연희단거리패 창단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발언을 하고 있다.부산 가마골소극장 개관과 함께 연극을 시작한 연희단거리패는 민간 소극장 연극 정신과 방법론을 탐구하는 실험극단으로 출발해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았다. 201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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