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공동운명체로 엮인 그룹 총수들
2004년 대선전에서 차떼기 사건이 불거진 이후 국내 굴지의 재벌 그룹 총수들이 검찰에 줄소환된 적이 있다.
지난 주말, 그들이 다시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나타났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과 관련, 2015년 7월에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할 당시 출연요구가 있었는지 조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NEWSIS
이번에 비공개로 소환된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회장 등이다.
이들은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에 임했지만,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구속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최순실씨가 청와대 관저를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는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대외비 문건 방출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진척 여부에 따라 언제든 피의자로 바뀔 수 있다.
특히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당시 언급했던 “일부 문안 작성 도움” 외에는 모든 국정 농단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으며, 안종범 전 수석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수행했다고 증언하고 있는 터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이 진술을 번복하지 않는 이상 이들 총수들은 대통령과 공동운명체로 엮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지율이 5%에 불과한 박근혜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이미 떠나고 없다. 총수들, 특히 현 정권 들어 심한 외압에 시달렸던 CJ그룹은 국정 운영 능력을 상실한 대통령을 도망칠 수 없는 구석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자신들 역시 피의자 신세를 면할 수 없다.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검찰의 수사가 기업으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총수들이 대통령의 직접 출연요구에 대해 진술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폰에서 검찰수사 대응 지침 등 유력한 증거들을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씨와 전 수석들의 배신에 이어 총수들까지 대통령을 버릴지 주목되는 정경유착 배신의 계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