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발의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이 여야간 격론 끝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됐다.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제정안'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을 위한 피해구제기금을 설치하고 환경부에 피해대책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이날 오전 국회 환노위의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 법안의 상정을 주장했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법안 상정이 아직 이르다고 반대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해 새누리당도 다각도로 노력하고 최근 당정협의를 통해 지원책도 마련했다. 그러나 국회법상 아직 상정요건이 안된 야당 제정안을 상정할 순 없고, 정부 부처간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상황에서 법안을 상정하기는 어렵다"며 "예산을 수반하는 만큼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하는 정기국회에서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이에 맞서 "지난 4월29일 여야 국회의원 93%의 지지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느냐"며 "구제결의 집행을 위해 필요한 근거 법안을 만들자는데 왜 법 상정조차 막느냐. 국민 120명이 사망했다면 환노위가 비상회의라도 열어 통과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기재부가 유사사례 빈발, 국가재정 부담으로 반대하고 있으나 400명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127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논리"라며 6월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여야 의원들 간 설전으로 회의가 진척이 없자 신계륜 위원장은 여야 간 합의를 시도해 보자며 정회를 선포했다.

그뒤 신계륜 환노위원장은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에게서 법안 상정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고 법안을 상정하는데 성공했다.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의 진정성과 민주당 신계륜 환노위원장의 중재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국고지원은 곧 국민의 세금을 쓰는 것”이라면서 “제조업체의 기금 출연 등 정부 재정이 아닌 방법으로 돕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것 때문에 피해자들이 있는 방청석의 분위기가 험악해질대로 험악해지고, 여야 의원들의 격론을 벌이다 정회 끝에 이루어진 일이라 이번 법안 상정은 다소 극적인 상황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이달 초 열린 당정 협의에서는 기획재정부의 반대 등을 이유로 여권 내 기류가 법안에 부정적으로 흐른 상황이고, 법안이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긴 했지만 새누리당의 반발 탓에 해당법안들이 소위에서 실제로 심사될지는 미지수다.

 

6월 19일 아침 9시 30분에 신계륜 환경노동위원장 사무실에 가습기 피해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신계륜 위원장을 비롯해 한명숙, 심상정, 홍영표, 한정애, 은수미, 장하나 의원이 모여 앉아 가습기 피해자들의 한맺힌 절규를 들었다.

이날, 가습기 살균제로 세 살배기 딸을 잃었다는 백승목씨(41)는 환노위 방청석에서 “내가 사다준 제품으로 내 아이가 죽은 데서 오는 고통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손상이라고 밝혀졌는데 정부도, 기업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지난 4월 결의안에 찬성해놓고 이제 와서 법안 처리에는 미적대고 있다”면서 “정부가 문제의 원인을 밝혀냈고, 정부가 허가해줬던 제품을 회수했다면 당연히 법을 제정하고 보상을 해야 한다. 이런 일을 하라고 국회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2010년 딸을 잃고, 2011년엔 부인마저 폐이식 수술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장동만씨(48)의 목소리는 더욱 격앙됐다. 장씨는 “박근혜 정부가 워낙 ‘국민 안전’을 외쳤기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런데 지금 와서 정부와 여당은 말장난으로 법안 상정부터 미적대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아내 병원비로 한달에 1500만원가량 나가는데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이 이달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한달에 110만원씩 더 들어가게 생겼다”면서 “만일 이번에도 안된다면 어차피 가망이 없기 때문에 내 생명이라도 걸어야겠다고 각오하고 왔다”고 말했다.

2008년 부인을 잃은 최주환씨(58)는 “나는 그래도 아내가 죽으면서 고통이 끝났지만 생존자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고통에 빠져 있다”면서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분들이 병원비라도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노위 여야 위원들은 오전에 설전을 벌였지만 오후 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했다. 장동만씨는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라면서 감격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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