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경탄스러운 두 가지는... 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내 마음에 살아있는 도덕률

12월 9일, 대통령 탄핵안 가결 속보가 뜨자, 서울시 감사부서장 워크숍이 열리고 있는 파트너스하우스 장내가 술렁인다. 발표자 역시 혼란스럽다. 이 나라 국민임이 억울하여 칼바람 주말에도 촛불을 들고 나서야 하는 이 판국에, 이백년전 목민심서 얘기나, 이천년전 공자님 말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중앙 정부의 불신과 오류를 지방 정부가 신뢰로 보완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존재이유이며, 복무기강을 더욱 철저히 하여 행정공백이 최소화 되도록 하는 것이 공공 감사인들의 책무라는 생각에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집중해 본다.

 

12월 9일 서울시 투출기관 자치구 감사부서장 합동워크숍에서 청렴사례 강의 중인 양천구 감사담당관

만물이 유전(流轉)하듯 만물은 부패하며, 모든 유기생명체는 부패의 DNA를 내재하고 있다. 루소(Rousseau)는 에밀〈Émile〉의 첫머리에 ‘조물주의 손에서는 모든 것이 신성하였으나 인간의 손으로 넘어오면서 모든 것이 부패한다’고 단정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공직생활은 부패의 늪에서 외줄을 타는 것과 같고, 고위공직자의 일상은 교도소 담장위를 걷는것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본격적인 민선시대를 맞아 각 공공기관은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렴 총괄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매년 전국 606개 공공기관에 대한 청렴도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언론에 공표한다. 청렴도 측정은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하는 내부청렴도와 대상기관과 업무 경험이 있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외부청렴도를 합산하고 부패사건 발생현황 등을 감점하여 종합청렴도 결과를 산출한다.

지난 12월 7일 언론을 통해 발표된 2016 전국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는 전체 국민 23만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부터 4개월간 설문한 결과를 집계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전국적으로 내부청렴도가 크게 하락한 바, 이는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라 국민들과 공직자들의 기존 내부 관행을 부패행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민선단체장 시기라 이 결과에 각 지자체들이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결과를 기관 홈페이지에 한 달이상 게재토록 법령으로 강제하고 있어 각 지자체별 희비가 엇갈릴 수 밖에 없다. 필자가 속한 양천구는 비교적 상위권(2등급/전국구 15위)에 랭크되고 전년대비 상승하여 부담없이 게재하고 있으나, 하위권을 기록한 지자체의 경우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양천구 청렴도 결과(최근 3년)

특히 감사부서장들 사이에서, 청렴도 평가가 직원만족도 평가와 혼동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들려 온다. 그러나 권익위에서는 청렴도 측정이 2012년 UN행정대상 수상작이며 세계은행(WB)과 협력하여 국제적 외연을 넓히고 있는 우수 정책이기에 앞으로도 법률적 이행력을 강화하고 기관별 맞춤 컨설팅을 확대하여 각 기관의 반부패 활동을 견인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2441개 업무분야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외부청렴도는 주로 민원업무와 관련되어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여년이 흘러 국민들의 참여의식은 성숙한 반면 국가경제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연이어 겪으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가계빚은 1300조를 넘어서고 생산가능인구는 머잖아 정점을 찍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원은 더 늘어나고 또한 더 정교해 질 것이다. 공무원이 국민에 대한 책임있는 봉사자임은 헌법적 규정이며, 양천구 공무원행동강령에도 ‘민원은 다른 업무에 우선하여 신속하고 친절하게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원은 공직자의 숙명이다. 야속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갈등을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민원인은 구정의 동반자다. 민원살피미제, 모니터링단, 지킴이제, 배심원단 등 주민들을 구정에 참여시키기 위해 행정관청이 얼마나 노력하는가? 민원인은 자발적인 구정 참여자들이다. 물론 일부 고질 민원으로부터 고통받는 일선 담당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 무척 가슴 아프다. 불친절 민원처리 처분요구에 대한 경위를 조사할 때 더욱 그렇다.

다만 그러한 고통이 있었기에 양천구는 2016년 서울시 민원종합 접수처리시스템인 응답소 평가에서 일반민원과 현장민원 양 분야에서 최상위평가를 받았다. 권익위에서 주관하는 고충민원 처리분야에서도 전국 최우수 등급을 받아 민원계의 그랜드슬램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민선지자체에서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결실이라 할 수 있다. 함께 노력해 주신 구민들과 직원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올린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돌아보아도 숨이 찬 걸 보니, 지난 1년여 시간 바쁘게 달려온 듯 하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웃음거리가 된 마당에 지방정부라도 고삐를 단단히 움켜쥐어야겠다. 감사장 벽면에 경구(警句)를 써놓고 스스로 채찍질한다.

『Two things... admiration and awe...: the starry heavens above and the moral law within me』(가장 경탄스러운 두 가지는... 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내 마음에 살아있는 도덕률/칸트)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가 자신의 묘비명으로 선택한 실천이성비판의 결론이다. 공직자의 가슴속에 새겨진 거룩한 별을 더욱 빛나게 하는 감사인의 노력을 독려하는 듯하다.

 

 김기식 서울시 양천구청 감사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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