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여러분, 반갑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관훈클럽 이강덕 총무님과
회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지난 21일
관훈클럽 64대 총무로 선출된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감사로 선출된 이도운 서울신문 부국장,
박창억 세계일보 정치부장께도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중견 언론인들로 구성된 관훈클럽 토론회는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론회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자리이기도 합니다.

한해를 정리하는 시점에 저를 초청해 주신 것은
산적한 국가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함께 지혜를 모으자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 재학시절
학보사 기자를 지냈습니다.

군사독재가 엄혹하던 시절에,
기자라는 호칭을 가슴에 새기고 대학생활을 했기에
언론의 역할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도
언론이 사회적 사명에 충실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인 여러분,

저는 국회의장에 취임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세 가지를 약속했습니다.

‘국민에게힘이 되는 국회’
‘헌법 정신을 구현하는 국회’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입니다.

경제 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주어진 권한을 적극 행사하되 책임도 함께 지는 국회,
위기 극복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이러한 의지의 출발점이 바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입니다.

내려놓을 수 있는 건 다 내려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국회의장 직속으로 위원회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남용 방지를 법제화했고
친인척 보좌직원 임용 제한, 세비제도 개선 등의
성과도 이끌어 냈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국회가 선도한 특권 내려놓기가
다른 부문으로 확산돼‘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국민의 목소리이고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인 여러분,

최근 교수신문이 올해를 상징하는 한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습니다.

이번 탄핵 국면을 통해, 평소에는 잔잔하지만
불의에 직면해서는 거대한 해일로 변하는
국민의 저력을 확인했습니다.

우리 국회가, 정치가,
민심에 순응하고 시대정신에 부응해야 한다는
큰 교훈을 얻은 한해였습니다.

언론인 여러분,

내년은 새로운 리더십이 만들어지는 해입니다.

헌법재판소 심판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조기대선에 대한 전망이 높아진 건 사실입니다.

선거는 모든 욕망이 분출되는 장입니다.

왁자지껄한 오일장처럼
다양한 이해와 욕망, 갈등이
만나고 부딪치는 자리가
대선이라는 큰 장터입니다.

훌륭한 대한민국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될 한 해이지만
그 사이 국회 본연의 책임과 역할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지난 주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피해 상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돌아보면서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법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삶을 보듬어야 합니다.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일에
20대 국회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다시 한 번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양극화 해소와 경제 위기 극복에
국회 차원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민생 문제 해결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려면
삶의 현장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합니다.

일하는 국회를 통해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언론인 여러분,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핵 보유력 강화를 경쟁적으로 언급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핵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북한 정권의 핵 도발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형태든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면서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와 소통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저는
동북아 평화와 협력을 위해
6자회담 당사국 의회 간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제가 직접 미국에도 다녀왔고,
의장 직속으로 동북아 평화협력 의원 외교단을 구성하여
북핵문제 해결과 동북아 갈등해소를 위한
의회 외교도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첫걸음을 떼었을 뿐입니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남북관계의 관리와 개선을 위한
국회의 역할이 한층 더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대한민국 안보가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국회가 중심을 잡고 챙겨 나가겠습니다.

대통령 직무정지로 공백상태가 된
정상외교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의장 외교에도 치밀하고 신중하게 임할 계획입니다.

언론인 여러분,

지금 국가 리더십 부재로
국정공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일차적으로 대통령의 책임이지만,
근본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산물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사회를 지탱해왔던
현행 헌법은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상을
제대로 수용하고 감당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헌의 시점 등과 관련하여
여러 논란이 있다는 점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개헌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최우선의 고려 대상은 정치권의 의지가 아니라
국민의 의지가 되어야 합니다.

개헌의 시점과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한 의견수렴과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합니다.
물론 현실적인 여건도 면밀히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단순히 대통령 권력을 바꾸는 레짐 체인지를 넘어
헌법을 새롭게 바꾸는 보다 근본적인 레짐 체인지가
필요한 시점이란 사실입니다.

이제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시대는 지나 갔습니다.
소통과 공감, 조정과 합의가 시대정신이 되었습니다.
협치와 분권이 절실한 때입니다.

국민의 뜻을 담아내는
개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언론인 여러분,

실패는 쓰러지는 게 아니라
쓰러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의 실패를 디딤돌 삼아
함께 손 맞잡고 나아간다면
대한민국은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찾고 신뢰를 얻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고난을 슬기롭게 이겨낸다면
새로운 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언론도 새 시대를 여는 길에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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