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금리, 사라지는 고객…상품 경쟁력 승부
“차가운 겨울에 대비해 곳간을 채워라”

위기였던 코로나19를 지나며 금융권은 자산가치의 상승 덕에 뜻하지 않은 수혜를 누렸습니다. 이제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막을 내리고 거품이 걷히자, 금융회사들은 위기관리능력 차별화에 따른 진정한 승자를 가릴 출반선에 섰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각 업권별 상황을 짚어보고 위기 돌파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추적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지주 내 은행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기 선전중인 우리금융(제공=우리금융)
지주 내 은행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기 선전중인 우리금융(제공=우리금융)

◆기준금리 인상 따른 은행 NIM 증가

증권사들이 주요기업 하반기 전망을 내놓는 가운데, NH투자증권은 하반기 금융업종 최선호주로 우리금융지주를 꼽았다. 흥미로운 점은 비은행 금융계열사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금융지주 내 가장 은행업의 비중이 높은 우리금융이 가장 유망하다는 사유였다.

지난 1분기 기준 그룹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83.8%), 하나(80.1%), 신한(71.6%), KB(71.1%) 순이다.

올들어 4대 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의 NIM(순이자마진)이 가파르게 상승해 1분기에만 평균 5bp상승한 가운데, 2분기에도 3~7bp추가 상승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미 연준은 4번 연속 빅스텝(50bp)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터라, 금리 역전현상을 겪지 않으려면 한국은행도 인상의 고삐를 느슨하게 할 수 없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연간 NIM은 전년 대비 12~17bp 상승하며 이자수익 증가를 이끌 것”이라며, “연말 4분기에도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면, 2023년 상반기 추가적인 NIM개선도 기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연2% 수시입출금 파킹통장으로 대박을 친 토스뱅크 내부(제공=토스뱅크)
연2% 수시입출금 파킹통장으로 대박을 친 토스뱅크 내부(제공=토스뱅크)

◆ 어려운 시기 대비해 곳간 채우는 은행

7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5월말 수신(예금 및 적금) 잔액은 716조5365억 원으로 지난해 말(690조366억 원)대비 약 26조 원 증가했다.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자산가격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연일 치솟는 수신 금리의 매력에 역머니무브(제1금융권으로의 회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때마침 은행권에 대한 과도한 예대마진 수취 여론이 일자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즉시 이를 수신금리에 반영하고 있다.

그 결과 3%대 수신 상품이 봇물 터지듯 생겨나고 있고, 지난해 10월 출시돼 기간 제한 없이 가입금액에 연 2%대(1억 원 한도) 복리를 제공하는 ‘토스뱅크 통장’은 벌써 300만 명을 돌파했다. 출시 당시 무리한 정책이라며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우려는 오간데 없다. 오히려 지속되는 금리 상승을 내다보고 과감하게 베팅한 대박 마케팅 사례로 남게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상품의 기획 자체를 제로베이스에서 생각하다보니 기존 은행들이 내놓지 않았던 상품을 과감히 내놓는 경향이 있다”며, “상품의 구조나 금리가 대동소이해 과점체제의 이익을 누려온 기존 은행들이 상품 경쟁력에 대해 고민하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줄어드는 가계대출, 늘어나는 기업대출

수신잔고의 확대와는 반대로 가계 여신잔고는 계속 줄고 있다. 다만 이는 기존 시중은행의 이슈이지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5대 은행의 경우 5개월 연속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 5월 말 기준 701조615억 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되면 6월 말 기준 700조 원 밑으로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에서 매월 1조 원 규모가 빠져나가는 반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가계대출은 약 1조 원 가까이 늘어나는 추세다. 5월 말 기준으로 인뱅 3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38조 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선전 뒤에는 중금리대출 확대라는 양날의 검이 숨어 있다.

기존 은행에서 낮은 등급을 받아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금리를 물어야 했던 중저신용 고객들이 금융이력 부족자(씬 파일러)라는 꼬리표를 떼고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절반에 불과한 금리를 지불하며 대출 갈아타기에 나선 결과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수신 기반이 아직 탄탄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려가 커지는 경제위기 장기화시 금리 상승에 따른 부실 위험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며, “조달비용의 효율화를 이루면서도 안정적으로 대출 확대에 나설 수 있는 리스크관리 능력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가계부채비율 톱10(출처=연합뉴스)
세계 가계부채비율 톱10(출처=연합뉴스)

◆ GDP보다 가계대출이 많은 나라 '한국'

국제금융협회가 1분기 주요국의 가계부채 현환을 조사한 결과 국내총생산(GDP)보다 가계 빚이 더 많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104.3%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레바논(97.8%), 홍콩(95.3%), 태국(89.7%)등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국가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일본(59.7%), EU(59.6%) 등 선진국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를 보였다.

대출 확대에 따른 여신 부실 우려는 비단 인터넷전문은행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중은행도 가계대출 잔액은 줄고 있지만 기업대출은 지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5월 말 기업대출 잔액이 668조629억 원으로 지난해 말(635조8879억 원) 대비 32조1750억 원 늘었다.

이 중 약 77%(24조6168억 원)가 소상공인 등 중소기업 대출로 집계돼 우려를 키우고 있다.

가뜩이나 수출국가인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자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빚을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까지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등 코로나19 시기 적용된 금융지원 장치가 작동하고 있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갑작스런 위기 도출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하지만 기업 지원 조치들이 철회되고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자체 신용평가시스템 리스크관리 실패,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와 스태그플레이션 등이 찾아올 경우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어 금리상승기에 실탄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