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은 줄고, 채권손실은 늘고
“국내는 좁다, 해외시장으로 극복하라”

위기였던 코로나19를 지나며 금융권은 자산가치의 상승 덕에 뜻하지 않은 수혜를 누렸습니다. 이제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막을 내리고 거품이 걷히자, 금융회사들은 위기관리능력 차별화에 따른 진정한 승자를 가릴 출반선에 섰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각 업권별 상황을 짚어보고 위기 돌파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추적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13일 2500선 붕괴 직전까지 몰린 코스피(제공=연합뉴스)
13일 2500선 붕괴 직전까지 몰린 코스피(제공=연합뉴스)

◆ 1분기 증권사 수익 급감…위기는 진행중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며 거짓말처럼 당기순이익 1조 클럽이 넘쳐나던 증권가에 그림자가 지고 있다.

아무리 IB중심으로 수익이 다변화 됐다고는 하나 거래대금 급감에 따른 수탁수수료 저하,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자기매매손익 감소 등으로 1분기 증권사 당기순이익은 2조596억 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약 31% 줄어든 수치다.

그나마 주식과 채권에서 까먹은 수익을 파생 관련 자기매매 손익에서 만회해 감소분이 줄었다는게 위안이다. 하락장에서 이익을 내는 매도파생결합증권 덕에 파생 관련 손익에서 전분기 대비 2조9364억원(1319.1%) 급증한 3조1590억 원의 이익을 낸 덕이다.

하지만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채권 관련 손익에선 1조3652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13일 주식시장은 지난 주말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6%를 기록, 41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자 이번주 예정된 미 FOMC에서 빅스텝(50bp인상)도 아닌 자이언트스텝(75bp인상)마저 거론되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코스피 2504.1(-3.52%), 코스닥지수 828.77(-4.72%)을 기록하며 검은 금요일을 연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오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단기간 해결될 수 없는 추세인 만큼 기업들이 이익 성장성이 불투명하고 부동산, 코인 등 여타 자산 가치의 버블이 동시에 꺼질 경우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떠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무역대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현지화에 힘을 실은 정일문 사장(제공=한투증권)
베트남 무역대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현지화에 힘을 실은 정일문 사장(제공=한투증권)

◆ 해외에서 살길 찾는 증권사들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사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자마자 지난 6일부터 3일 일정으로 베트남 현지법인 ‘KIS베트남’을 찾았다. 투자은행(IB) 전문가인 정 사장은 성장하는 베트남 기업들과 기업금융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시가총액 상위 기업 CEO들을 직접 만나는가 하면, 현지 네트워크 확대 차원에서 베트남 보건국 산하 ‘인구가족계획국’ 연구비 지원, 베트남 무역대학교와 호치민경제대학교 장학금 수여 및 졸업생 채용 협력 등 다방면의 일정을 소화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1곳의 해외법인을 둔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8곳의 해외법인을 통해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증권뿐 아니라 계열 한국투자신탁운용 또한 오래전부터 베트남 펀드 출시, 최근엔 관련 ETF상품 등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연임을 통해 장기인 IB분야 해외진출에 힘을 쏟고 있는 정영채 대표(제공=NH투자증권)
올해 연임을 통해 장기인 IB분야 해외진출에 힘을 쏟고 있는 정영채 대표(제공=NH투자증권)

IB 맞수인 NH투자증권도 올들어 해외법인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런던 현지법인은 NH투자증권이 10년 넘게 준비해 설립했다. 그동안 게트윅 공항 인프라 딜 등 대체투자(AI) 딜 소싱에 집중했던 NH투자증권은 현지법인 설립을 계기로 IB분야가 더욱 활기를 띌 예정이다.

5월에는 베트남 자회사 NHSV 하노이 지점 문을 열었다. 직접 진출시 가질 리스크를 피해 현지 CBV증권과 합작으로 설립한 NHSV는 하노이와 호치민에 지점을 두고 영업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각 지역별 상황에 맞는 영업을 펼칠 예정”이라며, “선진 시장에선 IB중심으로, 아직 자본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위탁영업 중심의 영업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갈고 닦은 금융노하우와 앞선 IT시스템을 활용해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글로벌총괄 부회장으로서 하나금투의 신남방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이은형 대표(제공=하나금투)
그룹 글로벌총괄 부회장으로서 하나금투의 신남방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이은형 대표(제공=하나금투)

◆ 인구 많고, 한국보다 금융 성숙도 낮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공략

하나금융투자는 그룹 차원에서 신남방정책을 표방하며 동남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CEO인 이은형 대표가 그룹 글로벌총괄 부회장인 점도 해외진출의 적극성을 더하게 하는 요소다. 74년생으로 젊은 CEO인 이 대표는 본인 스스로가 중국을 비롯 아시아 금융시장 전문가다.

하나금투 역시 지난 4월 베트남 증권사 BIDV의 지분 35%를 인수하며 2대주주로 참여하게 됐다. 모회사는 베트남 1위 국영 BIDV은행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이 가진 글로벌 DNA를 가장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곳이 하나금융투자라며, 비은행의 선두 회사로서 향후 먹거리 개발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미, 제퍼리스 그룹과 IB부문 협력 강화를 약속한 KB금융 윤종규 회장(제공=KB금융)
지난 5월 미, 제퍼리스 그룹과 IB부문 협력 강화를 약속한 KB금융 윤종규 회장(제공=KB금융)

이미 지난 2017년 베트남 메리타임 증권사 지분 99.4%를 확보해 KBSV를 출범시킨 KB증권은 올해 2월에는 인도네시아 밸버리(Valbury) 증권 지분 65%를 인수했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 5월에 KB증권과 파트너십을 가져온 제프리스 그룹과의 제휴에 직접 나서 IB시장 공략과 파트너십 강화방안을 논의하는 등 증권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그간 규모가 컸던 은행 중심으로 금융지주가 성장해왔지만, 그 성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 증권업을 내세워 아시아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연간 수천억의 수익을 해외에서 올린 미래에셋이 좋은 사례를 만들었고, 그룹의 지원을 받은 후발 증권사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인구가 많고 금융의 성장성이 높은 지역 중심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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