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 “IB로 뚫어라”
대체투자 실사 떠나는 증권사들

위기였던 코로나19를 지나며 금융권은 자산가치의 상승 덕에 뜻하지 않은 수혜를 누렸습니다. 이제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막을 내리고 거품이 걷히자, 금융회사들은 위기관리능력 차별화에 따른 진정한 승자를 가릴 출반선에 섰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각 업권별 상황을 짚어보고 위기 돌파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추적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상반기, IB 전부문을 싹쓸이하며 강자의 면모를 일신한 KB증권 여의도 본사(제공=KB증권)
상반기, IB 전부문을 싹쓸이하며 강자의 면모를 일신한 KB증권 여의도 본사(제공=KB증권)

◆ 주식위탁 수수료 감소…IB ‘담금질’

금감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1분기 증권사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줄어든 가운데 그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변화의 흐름이 보인다.

수탁 부문 수수료 수익이 주식 거래량 감소와 함께 연속 4분기 감소세를 보이며 1조 4597억 원에 그친 반면,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는 1조5696억 원으로 증가했다. 증권사의 전통 비즈니스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코로나19 시절 폭증하는 위탁거래 열풍에 IB는 상대적으로 주춤하는 듯 했다. 특히 직접 현지 실사(Due Diligence)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출장길이 막히자 딜 자체가 줄어드는가 하면, 막상 소싱해온 딜 조차도 예측 불허의 상황 속에 리스크관리 부담이 커지자 셀다운(Sell-Down)이 잘 되지 않아 직접 이를 떠안아야 하는 등 여로모로 위축되는 모습이었다.

IB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IPO 시장은 주식시장 활황과 함께 빛을 발했지만, 그 마저도 시장 퇴조로 온전한 몸값을 받지 못하게된 우량 기업들이 상장철회를 이어가자 IB시장엔 찬바람이 부는 모양새다.

이러한 분위기 속 돋보이는 회사는 KB증권이다.

지난 1분기 KB증권은 전통의 DCM(부채자본시장) 강자로서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 감소로 고전했으나, 상대적으로 IPO시장에서 약진하며 WM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M&A 부문에서도 두드러진 모습을 보여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회사 IB 수수료 수익은 1428억 원(YoY + 76.1%)으로 IB 관련 주요 부문을 싹쓸이하며 경쟁사인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삼성증권 등을 긴장케 했다.

특히 IPO 가뭄 속에서도 상장 직후 시총 2위로 직행한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주관을 맡는 등 약 200억 원 가까운 수수료 수익을 챙겼다.

이 밖에도 ADT캡스, 카카오엔터, LG CNS 등 시장의 주목을 끄는 IPO 주관을 맡아 일감이 끊긴 타사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IPO가 중요한 이유는 당장의 수수료 수익도 있지만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신규 고객 유입 효과, 추가적인 자금 조달 주관, 퇴직연금 유치, 나아가 가계 승계 컨설팅까지 전방위 크로스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KB증권만 해도 당장 LG에너지솔루션 IPO 주관 이후 유상증자 업무를 맡게 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거의 유일한 빅딜이라 할 LG에너시솔우션 IPO에는 공동주관사로 대신증권도 이름을 내밀었다.

창립 60주년을 맞아 명동 본사 사옥명을 'Daishin343'으로 변경하고 부동산에 강한 증권사를 표방하는 대신증권(제공=대신증권)
창립 60주년을 맞아 명동 본사 사옥명을 'Daishin343'으로 변경하고 부동산에 강한 증권사를 표방하는 대신증권(제공=대신증권)

◆ 차별화된 IB모델로 미래 밝히는 증권사들

창립 60주년을 맞아 제2의 창업을 선포한 대신증권은 규모의 경제에서 산업자본과 금융지주 계열에 밀려 내준 IB명가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각오로 무장하고 있다.

20세기 국내 5대 증권사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증권사인 대신증권은 1988년 M&A팀을 만들어 1991년 M&A주선업무 겸영인가를 받아낸 전통의 강자다. 지금의 대형 증권사 IPO팀 세팅 멤버들은 대신증권 출신들이 상당수다.

이러한 명성을 되찾기 위해 대신증권은 2016년 5건에 불과했던 IPO주관건수를 2021년 16건까지 늘리고 LG에너지솔루션 공동주관에까지 참여하기에 이른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대신증권은 IB업무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부동산 부문의 경쟁력을 통해 계열 신탁회사와 저축은행, 해외법인과 연계한 특화 IB부문도 강화하고 있다”며, “오랜 제휴관계에 있는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권 주요 IB들과 협력하고 주요 딜에 공동 참여해 고객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다각화하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PF시장의 독보적 존재감과 시황에 흔들리지 않는 수익구조로 어려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메리츠증권 본사(제공=메리츠증권)

상반기 증권사 수익의 감소 속에 1분기 수익 발표 후 시장을 가장 놀라게한 주인공은 ‘메리츠증권’이다.

영업이익 3770억 원, 순이익 2824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넘는 순증을 기록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한 증권담당 애널리스트는 “금리 인상에 대비 적극적인 포지션 방어를 통해 리스크관리에 성공한 점, 해외 인프라 투자, 비상장 투자 엑시트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이를 단순히 우연으로 보긴 어렵다”며, “효율적인 지점운영 등 WM부문의 합리적 구조로 이익 변동성을 줄이며 오히려 위기시 빛날 수 있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메리츠증권은 국내 부동산PF 시장의 상징적인 존재로 올라섰다. 대형사들이 군웅할거하는 시장 내에서 수년 재 꾸준히 점유율 10% 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시장 참여가 한때 너무 공격적이라 리스크관리가 걱정된다는 시각이 있었던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 발발 직전 17조 원에 달했던 위험 익스포져가 작년 말에는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리스크관리를 강화했음에도 수익이 증가하는 것은 실력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 대형 증권사 대표는 “과거의 잣대로 증권사 순위를 매기는 것은 점차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며, “활활장이 점차 꺼지고 바닷물이 백사장에서 빠져나가면 진정한 강자가 누구인지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형화를 통해 IB시장을 석권하든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든 변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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