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진 수수료…높아진 조달비용
언택트에서 온택트로…마이데이터 선도

위기였던 코로나19를 지나며 금융권은 자산가치의 상승 덕에 뜻하지 않은 수혜를 누렸습니다. 이제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막을 내리고 거품이 걷히자, 금융회사들은 위기관리능력 차별화에 따른 진정한 승자를 가릴 출반선에 섰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각 업권별 상황을 짚어보고 위기 돌파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추적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매 3년마다 하향 조정되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제공=연합뉴스)
매 3년마다 하향 조정되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제공=연합뉴스)

◆ 또다시 낮아진 가맹점 수수료…”2분기가 지나봐야 안다”

1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카드업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매 3년마다 조정되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올해 1월 31일부터 하향 조정된 결과 어떤 성적표가 나올지 관심이 모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전년 말 대비 0.07%p 하향돼 1.36%로 내려온 수수료율에도 결제실적이 9.8% 가량 증가하며 신용판매 수수료가 약 2.6조 원으로 전년 동기(2.5조 원) 대비 약 6.3% 증가해 선방을 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1분기는 햐향된 수수료가 2개월 밖에 적용되지 않았고, 코로나19 재확산 분위기 속에 온라인 소비가 급증해 선방했지만 2분기부터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며,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 증가를 기대했지만 막상 인플레이션과 대출 이자 등으로 홀쭉해진 주머니가 소비 진작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카드론은 줄고 조달비용은 늘고...경제상황 악화에 부실채권 확대 우려

카드사들의 주수익원 중 하나인 카드론 실적도 불투명하다.

지난 1분기 카드론 이용실적은 약 11.6조 원으로 전년 동기(13.6조 원) 대비 약 14.6% 감소했다. 차주 입장에서 카드론이 DSR 산정에 포함되면서 카드론이 매력이 떨어진데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및 금융이력부족자(Thin Filer)들의 신용등급 산정을 자체 시스템으로 적용해 더 높은 신용등급 판정으로 절반에 가까운 이자로 대출을 받을 길이 열려 썰물처럼 빠져나간 효과도 한몫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은 자명해 만기도래채권 대비 신규 발행채권의 금리는 높아 조달비용이 계속 오를 수 밖에 없어 카드론 경쟁력은 갈수록 약해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조달비용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듀레이션을 짧게 가져갈 경우 재무구조가 악화돼 자산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 카드론 차주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은 사람들이 아닌 만큼 향후 점점 후퇴하는 경제상황 속에서 부실채권이 증가하는 것에 대응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부담까지 있다.

해외여행 마케팅을 펼치는 카드사들(제공=NH농협카드)
해외여행 마케팅을 펼치는 카드사들(제공=NH농협카드)

◆ "살아나라, 소비심리"

카드사 입장에서 그래도 기대할 곳은 거리두기 해제 따른 소비심리 회복이다.

다행히 여신금융협회가 지난 4월 카드 승인액을 분석한 결과 여행과 교통 관련 소비가 급증해 억눌린 개인들의 이동 확대에 따른 소비 활성화에 기대를 갖게 했다.

지난 4월 전체 카드 승인액은 90조3000억 원으로 전년 동월(81조3000억 원) 대비 11.0% 늘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첫 달 실적이고 여름으로 갈수록 휴가 및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물가가 오르면 카드 승인액 증가 효과도 일부 있어 이 상승분이 가맹점 수수료 할인 부분을 상쇄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카드의 지난 4월 해외여행 관련 업종 카드 이용건수 분석에서도 미국, 일본 등 해외 14개국 가맹점 이용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17% 늘고, 면세점과 항공원 이용건수는 모두 전년 동월 대비 19% 증가하는 등 고무적인 모습이었다.

신한카드 오프라인 터치결제 모습(제공=신한카드)
신한카드 오프라인 터치결제 모습(제공=신한카드)

◆ 빅테크와 오프라인 혈투 준비중인 카드업계

온라인 결제시장에서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에 고전했던 카드사들은 자신들의 텃밭이던 오프라인 결제시장만큼은 지켜내자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5월 휴대폰 바코드로 오프라인에서 결제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 멤버십’ 가입 고객이 1000만 명을 돌파했음을 알렸다.

더불어 주요 유통기업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확산해가며 카드업계와의 일전을 펼칠 것임을 공공연하게 선언하고 있다.

네이버쇼핑과 연계해 안정적인 캡티브 마켓(고객을 이미 확보한 시장)을 가진 네이버페이와 달리 상장 이후 영업이익 증가 속도가 더딘 카카오페이 입장에선 코로나19 특수라는 기저효과가 오히려 부담이다. 오프라인 시장을 뚫지 못하면 폭락하는 주가를 방어할 길이 막막하다.

이러한 빅테크에 맞서 카드사들이 모여 ‘오픈페이’ 출시를 준비 중이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NH농협카드, BC카드 등 6개사는 8월 말을 목표로 공동 앱카드 결제망인 ‘오픈페이’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현재 카드사들은 자체 앱에서 자사 카드만 결제가 가능하다. 보통 여러장의 카드를 보유한 고객들이 카드별로 각각 다른 앱을 열어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 앱카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공동 방어선 구축이다.

오픈페이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한 카드사 관계자는 “6개사 고객을 다 합치면 거의 모든 고객을 커버할 수 있어 강력한 동맹체가 생겨나는 셈”이라며, “당초 상반기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려던 계획이 일부 순연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오프라인 결제는 전통적인 카드사들의 텃밭인 만큼 꼭 수성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적과의 동침. 카카오페이와 손잡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KB국민카드(제공=KB국민카드)
적과의 동침. 카카오페이와 손잡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KB국민카드(제공=KB국민카드)

◆ 마이데이터 최전선에 선 카드사들...해외로 지평 넓힌다

전통의 라이벌 회사인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간편결제 플랫폼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이를 통한 그룹 마이데이터 시스템의 첨병으로 거듭난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마이데이터에 기반한 생활친화 서비스를 강화해가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 ‘신한페이판’을 작년 9월 리뉴얼해 ‘신한플레이’을 선보인 신한카드는 지출 내역 등을 관리하는 소비관리에 마이데이터 기반 통합 정보로 자산관리를 접목해 금융상품 추천, 고객 개인별 맞춤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간편결제서비스 ‘신한플레이 터치결제’의 누적 이용금액은 이미 연초를 지나며 1조 원을 달성해 쾌속 순항 중이다.

여기에 아직은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NFT를 적용한 ‘MY NFT 서비스’를 통해 MZ세대 감각에 맞춘 앱으로 거듭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마이데이터 시대 그룹 시너지를 바탕으로 업계 1위의 꿈을 꾸고 있다.

진정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KB페이 내에서 주식계좌 개설 및 거래가 가능한 ‘KB증권 주식투자’서비스를 선보이는가 하면, 아시아나항공, 현대백화점 등 멤버십 서비스를 대폭 강화해 생활금융플랫폼으로서 실질적인 혜택모으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KB국민카드 마이데이터 플랫폼 ‘리브메이트’를 통해 개인별 금융정보를 분석, 초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는 물론 KB의 강점인 부동산과 자동차시세 등 실생활에 필요한 실물정보 제공까지 원스톱으로 구현하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리브메이트 메타버스 서비스’를 런칭해 MZ세대 고객과의 소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KB국민카드는 카드업계 최초로 회사 공식 유튜브 구독자가 100만 명을 돌파, 골드버튼을 달성하는 등 마이데이터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MZ세대와의 소통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 개척의 속도를 내기 위해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와 손을 잡고 동남아시장 개척에 나서는 등 그 무대를 글로벌 시장으로 넓히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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