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이후 개정된 매뉴얼조차 ‘잘못된 번호’"
“국가안보실이 재난 컨트롤타워임을 부정하니 최소한의 대응체계도 무너져”
“위기관리 매뉴얼, 지자체까지 배포되는 재난 대응의 기초..당장 정상화해야”

용혜인 국회의원(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기본소득당)

용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용혜인 국회의원(기본소득당)이 30일 정부가 재난 관리를 위해 각 지자체에 배포하는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의 비상연락망에 잘못된 번호가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용혜인 의원은 “행정안전부로부터 ‘인파밀집사고’와 유관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 10종을 입수한 결과, 모든 위기관리 매뉴얼에 재난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위기관리센터의 번호가 틀려 있었다”고 지적했다.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은 재난안전법 제34조5에 따라, 재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각 재난관리주관기관이 작성·운용해, 지자체 등에 배포한다.

법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장관은 위기관리 매뉴얼의 작성·운용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며,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에게 시정 및 보완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이후 위기관리매뉴얼과 인파밀집사고의 관련성 여부를 자체 점검했고, 조사 결과 10개의 매뉴얼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행정안전부 ‘인파밀집사고’ 관련 위기관리 표준매뉴얼 제출 공문(자료=용혜인의원실)
행정안전부 ‘인파밀집사고’ 관련 위기관리 표준매뉴얼 제출 공문(자료=용혜인의원실)

용혜인 의원은 "인파밀집사고와 유관한 위기관리 매뉴얼 10종을 입수해, 비상연락망에 있는 국가위기관리센터와 연결을 시도했다"며 "그러나 위기관리센터로 명시된 번호(02-770-4374, 02-770-4380~5 등)는 수 차례 연결에도 “통화량이 많아 연결될 수 없다”는 안내가 나와 실질적으로 비상연락이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개탄했다.

이어 “재난상황에서 국가위기관리센터 등 유관기관에 보고하는 게 매뉴얼”이라며, “매뉴얼대로 국가위기관리센터 중심의 재난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임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상연락망에 있는 국정기획상황실 역시 윤석열 정부에는 존재하지 않는 조직으로, 연락처도 없는 번호로 나온다”며 “윤석열 정부가 취임 이후 재난 대응체계 정비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안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용 의원은 “심지어 10종 중 정부중요시설 사고 주요상황 대응실무매뉴얼은 이태원참사 이후 개정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참사가 발생한 뒤에도 재난대응체계를 정비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실이 재난 컨트롤타워로의 책임을 방기하니, 최소한의 재난대응체계마저 무너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용 의원은 “모든 매뉴얼에 국가안보실의 역할이 재난분야 총괄조정 및 초기·후속 대응반 운영으로 규정돼 있다”며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재난 분야는 국가안보실 소관이 아니라는 국가위기관리센터의 기만적 해명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관리 표준매뉴얼 내 위기관리 기구의 임무와 역할(자료=용혜인 의원실) 
위기관리 표준매뉴얼 내 위기관리 기구의 임무와 역할(자료=용혜인 의원실) 

아울러 “국가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위기관리센터가 기존의 매뉴얼마저 사문화시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취임 200일이 넘도록 현행화되지 않은 위기관리 매뉴얼이야 말로 윤석열 정부가 재난 대응에 관심이 없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또 “심지어 이태원참사 이후에 개정된 매뉴얼에도 국가위기관리센터의 번호는 잘못된 번호였다”며 “윤석열 정부가 참사를 막으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반문했다.

끝으로 용혜인 의원은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은 구청 등 지자체까지 배포되는 재난 대응의 기초”라며, “국가위기관리센터는 비상연락망 정상화를 포함해,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0월, 재난관리체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을 전면 개정한 바 있다.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중대 재난에 대한 청와대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해 국가안보실의 역할을 명확화했다며 개정 주요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