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가격결정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몰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오리온 닥터유 제주용암수 앱 재단장. 오리온 제공
식품업계가 가격결정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몰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오리온 닥터유 제주용암수 앱 재단장. 오리온 제공

국내 식품업계는 유통채널과 가격 결정권을 두고 기싸움을 종종 벌이고 있다. 대형마트를 비롯해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채널과 제품을 납품하는 식품업계 간 마진을 더 챙기기 위한 신경전이 펼쳐진다는 뜻이다.

다만 유통산업 구조상 식품업계가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격결정권(가격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몰(자사몰)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쿠팡과 CJ제일제당 납품가 분쟁으로 인해 유통사와 제조사간 가격결정권 신경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납품 단가와 마진율 등을 놓고 갈등을 벌이며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햇반 등 인기 상품 발주가 중단됐다. 양사는 납품가와 관련해 일부 협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도 납품단가를 놓고 CJ제일제당·풀무원·대상 등 일부 제품 발주를 중단했다. 앞서 롯데마트와 슈퍼는 개별적으로 운영해왔으나 상품 소싱 업무를 통합작업하는 과정에서 식품사가 롯데슈퍼에 롯데마트보다 더 저렴한 단가로 제품을 공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이 생겼다.

이에 롯데는 올해 납품단가이 낮은 슈퍼에 맞춰달라고 요구했으나 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납품가 협상이 진행됐다.

유통사와 제조사 간 납품가 갈등은 매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와 함께 원부자재값 상승 등으로 제조사가 특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업체들은 제조사들로부터 제품을 직매입해 창고에 쌓아두고 판매해 마진을 남기는 구조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제품을 최대한 싸게 매입해 비싸게 판매하는 형태로 마진을 남기려 한다. 반대로 제조사들은 유통사에 최대한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납품하려 시도하면서 양사간의 갈등이 나타난다. 특히 대형마트가 최저가 경쟁에 나서면서 제조사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며 반발이 나타났다.

대상 정원e샵
대상 정원e샵

이러한 유통산업 구조가 구축된 상황에서 제조사 격인 식품업체들은 가격결정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에 가격결정권을 확보하기 위한 자체몰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자체몰이란 식품 제조사가 생산하는 제품을 직접 운영해 판매하는 온라인몰을 뜻한다. 과거에 단순히 구색을 맞추던 수준에서 달라진 모습이다.

자체몰 강화를 통해 유통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소비자의 구매 경향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 채널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자체몰을 이용 소비자에게 마진을 줄여 보다 높은 할인률을 제공해 충성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를 축적시켜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자체몰을 강화하는 업체로는 오리온과 동원F&B, 대상 등이 있다.

오리온은 최근 닥터유 제주용암수 출시 3주년을 맞아 '닥터유 제주용암수 앱'을 재단장했다.

멤버십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고 배송 간격도 1주에서 최대 12주까지 원하는 만큼 설정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동원디어푸드가 운영하는 동원몰은 '밴드배송' 등 서비스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 매출액이 상반기보다 20% 이상 늘었다. 밴드배송은 전용 마크가 붙어있는 제품을 부피·수량과 관계없이 합쳐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생활용품을 구매할 때 편리하다.

연회비 3만원을 내면 1년간 전용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밴드플러스' 가입자 수도 전년 대비 12% 늘었다.

대상의 공식 온라인몰 '정원e샵'의 지난해 매출은 2018년과 비교해 약 40% 성장했다. 정원 e샵은 청정원, 종가 등 대상과 웰라이프, 복음자리 등 계열사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21년 8월 오픈한 풀무원의 자체몰 샵풀무원의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32% 늘었다. 구매 고객 수는 67% 성장했다.

정원e샵과 샵풀무원에서는 첫 구매 할인을 비롯해 각종 쿠폰 지급,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농심의 ‘농심몰’, 아워홈의 ‘아워홈몰’ 등에서도 지난해 가입자 수가 전년대비 대폭 늘었다. CJ제일제당의 'CJ더마켓', 롯데제과의 '롯데스위트몰', 오뚜기의 ‘오뚜기몰’ 등도 매출이 20~30% 가량 성장하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자사몰에서 각종 할인 혜택을 늘리는 한편 차별화된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롯데제과는 2020년부터 '월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가정간편식 정기구독 서비스 ‘월간밥상’도 선보였다.

농심은 농심몰에서 신제품을 정식 출시일보다 최대 1주일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고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이 더욱 싼 제품을 찾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자체몰이 인기를 끄는 영향도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쿠팡이나 마켓컬리와 같은 이커머스 뿐만 아니라 식품업체의 자체몰의 소비자 인지도도 향상되는 모습”이라면서 “유통업체에 가격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자체몰을 통해 충성고객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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